연예인, 회장님 등 유명인사 탓 개인잘못으로 치부되는 형국
금융당국 제보 직후 움직였다면 가치주 오판 투자자 피해 줄일수도
금융당국 CFD 부작용 인지하고도 개선 늦어, 법적대응 필요

(왼쪽부터)SG사태 이후 이름이 오르내린 가수 임창정,  H투자자문 라덕연 대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연합뉴스
(왼쪽부터)SG사태 이후 이름이 오르내린 가수 임창정, H투자자문 라덕연 대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른바 SG사태에서 근본적 문제는 쏙 빠졌다는 지적이 금융권 및 여론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SG 사태와 관련한 보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각 개인에만 비춰질 뿐 정작 이같은 사태 발발을 막았어야 했고, 사후에라도 빠르게 대응했어야 할 금융당국의 책임론은 거의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SG사태와 같은 근본적 문제를 막기 위한 법적 개정도 시급하다는 목소리 역시 함께다. 

■ 임창정-라덕연-김익래, 배턴 받듯 이어지는 '개인이슈'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G사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SG 거래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삼천리,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이 폭락한 것이 지난 4월 24일. 이후 해당 종목들은 큰폭 하락을 거듭했고, 8일 오전에도 이들 종목은 모두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사태가 시작된 4월 24일부터 연휴 전인 지난 4일까지 8거래일간 8개 종목은 최대 80%의 급락세를 보였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수사를 공식화한 뒤 주가 의혹은 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다. 그런데 SG사태는 유독 개인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연예인, 회장님 등 유명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단면만 부각되고 있다.

가수 겸 배우인 임창정은 SG사태 피해자라 주장하고 나섰지만 SG증권 관련 영상 및 해당 자리에서 한 투자 권유 발언들이 보도되면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후 H투자자문 라덕연 대표가 SG발 주가 폭락 사태를 일으킨 배후 세력으로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그의 언행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더해 SG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4월 17일 시간외매매로 주당 45만6950원에 10만 주(지분 2%)를 매도, 457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민 서울가스회장에 이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도 같은달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3.65%)를 주당 4만 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이름이 오르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욱이 라 대표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공방을 이어가며 세간의 이목은 더욱 집중됐다.
라 대표는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로 "이익을 본 사람이 범인"이라는 발언을 이어가며 김 회장을 배후로 지목했다. 다우데이타 주식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 키움증권이 인위적으로 반대매매를 실행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선 "김 회장이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라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 회장은 고소로 맞대응했다. 지난 2일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라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매매 내역도 공개했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증권지주 회장인 김 회장이 시장 상황을 모를 리 없다면서 그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결국 김 회장은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상실감을 준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다우데이타 매각대금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도 했다.

이렇듯 SG사태는 발발 직후부터 줄곧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김 회장과 라 대표의 공방 뒤에도 라 대표의 투자자 대상 파티 보도가 이어지는가 하면 SG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 중 공범인지 피해자인지 여부를 가를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되기도 할 정도다. 아예 특정 지역의 어느 인사들이 가담했거나 피해를 봤는지에 관심을 두는 이들도 적지 않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증시 폭락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H투자컨설팅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연합뉴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증시 폭락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H투자컨설팅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연합뉴스

■ 라임자산운용, 머지포인트, SG사태까지…늑장대응 비판 연속

그러나 저명한 인사들이 연루되면서 개개인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진정 짚어야 할 부분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다. 지속적으로 굵직한 금융사태가 터져왔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금융당국의 사후약방문 행태, 미흡한 시스템, 그리고 법적 개정의 시급성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매도 폭탄이 터지기 전인 4월 초 주가조작 제보를 받았다. 당시 금융위 관계자는 "4월 초 인지가 돼 금융위원회가 먼저 알고 있었다"고 했지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4월말 "제가 들은 건 아주 최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제보 관련 자료들을 쥐고 있다가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금융감독원에 공유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처음 금융위가 인지했을 때 검찰이나 금감원과 함께 발빠르게 조사를 시작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면서 "이 기간의 간극 사이에 세력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처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초기 대응 문제로 시간이 지체됐고 사태가 터진 셈"이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대처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처음 제보를 받은 직후 한국거래소에 해당 종목에 대한 모니터링 요청 및 관리종목 지정 등 조치를 취했더라면 대규모 매도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라도 금융당국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공조했더라면 소위 '끝물'에 들어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항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작전세력설이 시장에 등장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기에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처가 더욱 아쉬운 부분일 수밖에 없다.

특히 라임사태, 머지포인트 사태 등에서 보였던 금융당국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SG사태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라임사태 1년 2개월 만인 2020년, 라임자산운용 등록을 취소하고 핵심인력에 대해 해임권고 하는 등의 결정을 내려 뒷북 제재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대규모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졌을 때도 금융당국 늑장대응은 여지 없이 불거졌고, 결국 정은보 당시 금감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머지포인트 대응이 사전에 빨리 진행되지 않은 부분은 유감"이라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런 전력 때문에 금융당국이 제 역할 중 하나인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 CFD 부작용 직시한 한국거래소, 금감원은 규제 완화해놓고 뒤늦게 경고

시스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SG사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한 금융당국의 태도를 보면 기가 찰 정도다.

금감원은 지난 2일 발간한 '2022년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증권사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CFD 시장 과열 우려가 있고 주가 변동성 확대 시 CFD 거래의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투자자 손실 발생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난 2019년 금융 당국은 CFD 투자 기준을 완화한 바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투자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었지만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을 기존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 5억 원 이상에서 5000만 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고, 재산 가액을 순자산 10억 원 이상에서 5억 원 이상으로 줄이는 등 완화한 것이다. 공격적 영업의 문을 열어줬고 시장이 팽창하도록 해놓고선 뒤늦게야 이에 대해 경고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3년 전 CFD 부작용을 감지하고 있다며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낸 적도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2020년 11월 "CFD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여부를 집중심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발간한 적도 있다. 당시 거래소는 "익명성이라는 CFD상품 특성상 불공정거래에 활용될 개연성이 있어 대응방안을 마련했다"며 "프라이빗뱅킹(PB)계좌의 이상거래 혐의판단시 관련 CFD계좌 분석 방법, 회원사 심리자료 징구 방법 등 불공정거래 심리매뉴얼을 마련하여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자료에서 CFD가 양도소득세·지분공시의무 등 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미공개정보이용 및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에 대한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는 점 등 실태를 정확히 짚고 있는 문구들이 눈길을 끈다.

만약 금융당국이 CFD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SG사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CFD실거래 당사자를 파악할 수 있는 조치 등 몇가지 개선만으로도 투자자들이 가치주로 잘못 판단하는 오해와 착시를 줄임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다만 모든 거래 정황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없고,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시세 조종의 경우는 파악이 더 어렵다. 그러나 개선이 더 나은 시장을 만들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SG사태 초기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전 탐지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에 "활동력 있는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범법자 내지는 위법의 시각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태가 커진 뒤 금융위가 나서 "신속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의 시세조종 수법, 공모 여부 등을 명백히 밝히고 CFD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철저하게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스템의 한계와 미흡한 부분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증권범죄처벌강화, 인력 및 시스템도 강화해야

또 증권범죄에 대한 처벌이 한층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SG사태는 은밀한 투자 한건이 터져나왔을 뿐, 이같은 행태는 이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SG사태가 자꾸 개인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인 건 연예인, 의사 등 전문직, 기업 회장님들이 연루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산가 1000명 정도가 일인당 10억원부터 최대 100억원까지 투자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이 투자한 과정은 각종 보도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누군가의 추천, 그리고 휴대전화를 맡기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이다. 모든 개인정보를 일임해야 하며,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모르고 투자금을 빼고 싶을 때 뺄 수도 없다. 자유의지조차 없는 이해불가의 투자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 온 셈이다.

결국 이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는 105건의 불공정거래가 있었고 평균 부당이득 금액은 약 46억원으로 집계됐다.

범죄는 늘고 있는 추세인데 금융당국에는 증권범죄에 대응할만한 시스템이나 인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또다른 SG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높다.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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