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시중은행이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의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지원 확대에 나섰다.

은행들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은행에서 자신들의 기존 차주들을 대상으로 긴급 금융지원이 필요한 기업들을 조사하고 그들에게 지원해야 할 대출총액을 산정하고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협의를 통해서 신용 보증 지원 한도를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은행은 두 기금에게 신용 파생을 위한 기초자금을 ‘특별출연’ 형식으로 제공하고 기금은 약속된 보증서를 발급해서 이를 해당 중소기업에게 전달하면 중소기업은 이 보증서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은행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의다.

은행은 기업에 대해 기술력, 재무안정성, 사업의 전망, 담보력 등을 다방면으로 평가하고 신용 등급을 정한 후 그에 맞춰 대출 한도를 결정한다. 기업은 현재 은행에서 설정한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 한도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대출잔액을 제외한 금액 내에서만 할 수 있다.

물론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대출 한도를 조금 더 높여주거나 이자를 조금 더 낮춰줄 수는 있지만 그것도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예외적인 지원은 은행입장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대출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지원이 되기 쉽상이다. 즉 은행 리스크 대비 효과가 낮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특별출연금을 제공하고 신용보증을 받는 이 시스템은 고금리 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생존을 지원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 시스템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엄밀히 말하면 중소기업들의 신용위험을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에 전가하는 것이다. 즉 중소기업이 파산해서 은행 대출이 부실화되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나머지 대출잔액을 은행에 갚아줘야 하는 방식이다.

만약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현상이 조만간 종료되고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으로 조기 환원된다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도 개선될 것이고 열심히 번 돈으로 대출 상환에 나서면 은행과 신용·기술보증기금이 감당해 온 리스크도 자연히 해소된다.

문제는 세계 경제환경이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환율도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소폭 안정됐고 금리도 소폭 안정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에 비해서 그리고 중소기업이 감당할 만한 수준을 감안해도 살인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50년을 고금리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일각에서는 ‘미국 중심 자본주의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경제환경 악화를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권의 금융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 은행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은 단지 갑작스럽게 닥친 경영환경의 급변으로 인한 위기 상황을 ‘긴급 자금수혈’ 방식으로 국내 경제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미 올해 부동산 PF와 관련 지방 건설사와 전문건설기업들과 식당 자영업 일부에서는 연쇄부도 상황이 현실화됐었다. 다만 은행 등 금융권에서 이를 충분히 흡수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을 하지 못할 뿐이다.

박현군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박현군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그러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한계상황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쇄부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만약 자영업자, 중소기업 중 극히 일각에서만이라도 한계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연쇄부도’ 상황이 현실화되면 은행, 신보·기보가 받을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공은 정부와 정치권에 넘어왔다. 온전히 정책·제도 변화와 그로 인한 정치적 합의를 통해 고금리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계를 어떻게 유지하거나 운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돈 많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하면서 그 부담을 은행에만 영원히 ‘떠맡기기’ 식의 태도를 취한다면 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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