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독소조항 일부 완화, IRA 보조금 규정 절충안 기대
삼성-SK 북미 투자 지속성, 현대차 현지 공장 조기 완공 관건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국내 5대 그룹의 총수들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출장길에 올랐다. 이들은 방미 기간 동안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25일(현지시간) 투자신고식을 시작으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외 비공식 일정도 수두룩하다. 미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SA)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각 그룹의 현안을 해소하기 위한 행보다.

따라서 재계는 총수 각자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한미 양국 간 꼬인 실타래를 풀고 다양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각 그룹의 핵심 사업에 영향을 미칠 IRA, CSA에 대한 고충 피력과 공감대 형성에 집중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CSA의 독소조항 완화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IRA 시행에 따라 각각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 조기 완공, 배터리 및 소재 이슈를 챙기지 않겠느냐는 해석에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바이오 사업을 점검할 것으로 판단됐다.

결국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원법이라는 미명하에 추진해온 정책에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총수들의 방미 과제다. 현재로선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큰 상황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현지 사업 추진을 위한 보조금을 신청하려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회계자료 제출 등에 응해야 한다. 기밀 정보를 넘겨야 하는 셈.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사실상 미국 내 생산·조립을 완성해야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일단 현대차그룹은 예상했던 시나리오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완공 예정인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조기 완공, SK온과 배터리 사업 협력, 미국 내 상업용 전기차 관련 프로그램 확대를 대응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에게 이번 방미는 현지 공장 완공 시점을 앞당길 기회가 될 것이라는데 재계의 이견이 없다. 현대차와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에 따라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공동 대응도 기대가 될만하다.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북미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공동 대응이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후공정) 제조시설 신설에 1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두 기업 모두 지원금 신청 의향서(SOI) 제출을 미 정부로부터 압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신청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SK하이닉스는 패키징 공장 부지 선정 및 절차 완료 시 신청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이재용 회장의 행보를 주목한다. 공식 일정은 미중 갈등 관계를 감안해 최소화하겠지만, CSA에 대한 삼성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관련 협의를 지원하기 위한 비공식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만큼 반도체를 비롯해 통신·배터리·바이오 등 현지에서 추진되는 사업을 직접 챙기며 현장 경영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의 장기 출장 가능성이 제기된 배경이다. 최태원 회장은 그룹 현안인 반도체·배터리 사업 외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활동도 이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경제사절단에는 5대 그룹 총수 외에도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 등 오너가 3·4세들도 참여해 경제사절단의 몸집을 키웠다. 총 122명이 동행하는 이번 경제사절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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