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20년 만에 열리는 전원위원회였다. 얼마나 중요한 문제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한 것일까. 20년 전 이라크 파병 연장안에 대해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20년 만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국민들의 관심은 적었고, 의원들 스스로도 뜨거운 참여를 하지 않았다. 애당초 ‘이게 되겠어?’하는 생각을 품고 토론장에 들어간 것은 아니길 바란다. 선거제 논의는 어쩌면 선거철마다 나오는 이슈이고, 그 때마다 좌절되는 이야기였다. 고양이가 쥐 생각해야 하는 이슈인데, 이게 어떻게 동물의 왕국이라 불리는 국회에서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언론도, 국민도 그리고 국회의원 스스로도 물음표를 던지는 문제다. 하지만 절대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너무나 많은 폐단을 낳고 있다. 가장 극심한 문제가 양 극단의 혐오정치다. 소선거구제는 그 근본이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너가 죽어야 내가 사는 구조다. 따라서 내가 무엇을 잘하느냐보다 상대의 흠결이 무엇인지 짚어내어 그 반사이익을 내가 누리게 된다. 플레이어들은 점점 상대를 헐뜯어 내가 이기는 정치에 중독되어 가고, 점점 더 쎄게 점점더 극단으로 치달았다. 양 당 모두 강경파가 마이크를 다 독식하고 있는 현상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쎄게 말하는 자극적인 사람만이 이 정치구조에서 살아남는다. 이런한 정치환경은 국민들을 선동하고 편가르기, 양 극단의 혐오정치가 국민들까지 양 극으로 나누고 있다. 이것은 운용하는 사람이 아무리 잘 해도 이 구조 자체가 문제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다.

며칠 전 민주당의 서른다섯살 소방관 출신 오영환 국회의원이 불출마선언을 했다. 초선이 불출마선언을 하는 일은 정치권에서 극히 드물다. 정치를 통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보고자 시작했던 그 부푼 꿈은 삭막한 여의도 중앙정치에 의해 새하얗게 타버렸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 보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더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감옥보내기가 최우선 과제고,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보내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다. 이 안에서 서른다섯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은 원내 대변인을 맡았고, 어떤 말들을 언론 앞에 대중 앞에 쏟아내야 했을까. 당론을 거스를 수 있었을까. 그 내면에서 꿈틀거렸던 부적응과 메스꺼움은 어느정도 상상이 간다. 이낙연계로 활동하다 이재명계로 넘어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른바 개딸 들로부터 받았을 증오와 혐오의 단어들도 그런 환경에 낯설었던 신인 정치인에게는 참을 수 없는 비수로 꽂혔을 것이다. 왜 이낙연 아니면 이재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소선거구제는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혐오주의, 팬덤주의, 권력자 줄서기 등 모든 페단을 낳았다. 이만하면 폐지하는 게 맞는 제도지만 아무리 국회 밖에서 전문가들과 시민들과 국민들이 아우성을 쳐도 그 안에 들어있는 국회의원들은 어찌된 일이지 들어만가면 귀머거리가 된다. 이미 3급수인 물에 1급수를 조금 넣는다 해서 그 물이 맑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제도가 가장 본인에게 적합한 제도인데 바꿀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 룰에 대한 문제를 선수에게 맡길 수 없는 것이다. 레슬링 선수에게 룰을 정하라 하면, 내가 잘하는 기술은 가점을 주고 상대가 잘하는 기술에는 패널티를 주는 룰을 하려고 하지 않겠나? 내가 선수라도 그럴 것이다. 특히나 1대1로 붙어 남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 게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따라서 선수들은 모두 룰에서 손을 떼야 맞다.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선거제 논의에서 손을 떼라. 이미 법정기한도 지났고, 단일안을 스스로 도출해내는 것은 실패했다. 더 이상 이 논의를 질질 끌면서 지난 번 위성정당이라는 세계 유례없는 꼼수를 만들어내는 실력을 발휘하려 하지 말고, 진짜 주인과 심판이 정해주는 대로 룰을 따르기 바란다. 진행되는 공론조사에서 나오는 결과를 기준으로 하여 시민들에게 백지위임해야 한다. 공론조사는 미니 대한민국을 만들어 심층 토론하고, 언론을 통해 전체 공개된다고 한다. 심판이 정한 룰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면, 그냥 이 판을 떠나길 바란다.

 ◇리더스클럽 대표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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