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그간 현 대통령이 무속과 가깝다느니 하며 대선 후보 시절부터 후보 부부가 무속인들을 가까이했다는 의혹과 비방이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코미디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부모 묘소가 훼손된 사진을 공개하며 "일종의 흑주술로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이날은 이 대표의 측근 인사 중 한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하여 장례식장을 방문하였던 날이다. 당일 이 대표가 너무 오래 기다린 후에야 조문을 하였기에 언론에서는 유족이 조문을 받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였을 때다. 그러던 차에 이 대표가 사진을 공개하며 이처럼 말하자 민주당은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표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은 이 대표 문중 인사 일부가 이 대표를 돕는다는 취지로 '기(氣)'를 보충하는 뜻에서 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강진군에서 고려청자 요를 운영하는 이모(85)씨는 "이재명 대표와 같은 경주이씨 종친 등과 함께 경북 봉화군의 이 대표 부모 묘소를 찾아 기보충 작업을 했다"며 "지난해 6월 1일 지방선거 사흘 전인 5월 29일 이 대표 부모 봉분에 '생명기(生明氣)'라고 쓴 돌 5∼6개를 묻었다"고 밝힌 것이다. 그간 대통령의 무속 의혹에 대해 비난하였던 야당은 이번 야당 당 대표의 무속 촌극에는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았다. 
사실 그간 정치인과 무속인에 대한 숱한 보도가 있었다. 어떤 언론은 '서울 강남의 한 역술인 사무실이 국회를 방불케 한다.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 정치인들이 찾아든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예약한 손님만 받으며 때론 출장 상담도 하고 복채 단위도 일반인들은 한 사람이 보는데 5만 원 정도지만 그런 정치인들은 알아서 낸다고도 적고 있다.

모 의원은 운이 아주 약한데 100일 기도를 해줘서 지난 보궐선거에 억지로 당선시켰다는 자랑을 들은 이야기, 밥 먹는 중에도 수시로 정치인들의 전화가 걸려오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무속인 인터뷰도 가끔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무속 스캔들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에 쏟아진 무속 관련 비난은 역대 어느 비방보다 그 정도가 심했던 것 같다. 그저 권력을 향한 간절한 외침이거니 하며 보고 있노라면 어떨 땐 '이 사람들은 무속을 아무 가치 없는 미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느 집단 못지 않게 무속인들과 만났던 그들이 왜 갑자기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면 무속은 미신인가? 무속은 우리 민간 층의 종교의식이 집약된 것으로 한민족의 정신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생활을 통해 생활화된 종교현상이다. 무속은 외래종교가 들어오기 전의 아득한 상고대로부터 한민족의 종교적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엔 무속은 이 땅 민중들의 아픔과 고통을 달래주던 유일한 종교였으며 외래종교가 들어온 뒤로도 민간신앙으로서 한민족의 종교현상으로 전승됐다.

불교가 전래된 이후에는 불교와 무교는 공존하였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15, 16세기에는 산천제·서낭제·기우제 등 공동제의가 성행했으며 17, 18세기에는 치병이나 개인적인 저주를 푸는 등의 개인 제례로서의 굿이 성행하였다고 한다. 무속은 하나의 절대 종교로 있었던 고대가 끝난 후 중세의 고등종교 시대인 불교나 유교 시대를 겪으며 불교나 외래종교가 해결할 수 없었던 종교적 영역을 담당했다. 적어도 서민 문화적 차원에서는 불교, 도교, 유교의 좋은 점들을 취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불교의 재석 신앙이 점차 무속에 흡수되어 무속신앙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다면, 민족의 무속신앙이 불교에 유입되어 한국 사찰에 산신각이 설치되는 것 등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또한, 무속은 다신적 자연신 관과 천상·지상·지하로 삼분되는 우주관, 영혼관, 내세관을 두루 갖춘 고등종교이다. 미신적 요소는 언론을 통해 보듯 어느 종교에서든 나타난다. 무속을 미신이라 깎아내리고, 정쟁을 위해 우리 민족과 오랜 기간을 함께해 온 무속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비난하는 것은 우리 민족에 대해 너무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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