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과 그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시중은행에 대한 상생금융 독려에 금융시장에서 우려가 나왔었다. 마침내 이같은 우려가 주식시장에 반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2월 14일을 기준으로 주요 4대 금융지주사들의 주식을 일제히 투매했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4대 금융지주에서 빼낸 돈을 은행채 매집에 사용하면서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가치를 인정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관치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공감대가 투매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주요 시중은행들의 취약차주 지원과 사회공헌 확대는 사실상 사회적 합의로 봐도 무방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라는 발언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사들을 순회하면서 ‘상생경영’을 강조하는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는 ‘상생경영’이라는 대의를 반대한다기보다는 은행의 ‘상생’이 실적발표 직후 이벤트성 지원이 아니라 평소 영업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즉, 대출금리를 인상할 때는 수신금리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어야 하고 수신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는 코팩스 구조를 바꾸는 등 금융당국의 제도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상생경영’에는 제도적 고민이 없다.

지난해 은행의 예대마진 폭발로 인한 돈 잔치가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따져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지속,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시장의 시장금리 상승,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채무보증 의무 불이행과 한전채의 과도한 발행으로 인한 자본시장 경색, 금융감독원의 시중은행에 대해 은행채 발행 불허 조치, 이복현 금감원장의 수신금리 경쟁 자제요청, 개인 대출금리와 코팩스 금리의 연동 등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변수의 원인들은 모두 정부와 정치인들에 의해 촉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해 12월 이후 수신·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거론하게 된 이유도 면밀하게 살펴보면 은행의 수신금리 경쟁에 대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돈맥경화 위기론과 은행의 개인대출에 코팩스 금리 연동 등 금융 시스템적 문제가 기저에 존재하고 있었다.

결국 지난해 고물가·고금리 상황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재무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은행들은 곳간에 돈이 넘쳐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만 올리고 예금금리를 정체·인하하게 된 것은 당국이 자금시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은행의 금리경쟁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위기로 이어지는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공정사회와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 실현으로 인한 돈 잔치를 지적하고 이에 제동을 걸고자 한다면 정확하게 개입할 지점이 있다. 바로 정부가 각 은행들에 사회공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정밀하게 손봐서 시중은행의 자유로운 무한 금리경쟁을 보장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과 국채 10년물, 은행채 등 시장금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지금 4대 은행이 영업 기간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낮은 수준의 대출이자, 신용 한도 확대 등의 지원이 상시적으로 이뤄졌다면 지난 2월 은행 돈 잔치 논란은 물론 은행들이 굳이 이벤트성 지원에 나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많은 국민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은행에 상생 압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은행이 자기 배만 불릴 것이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적인 오해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방안과 소상공인 대출의 연착륙에 대해 고민해 왔다. 은행들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대해 과감한 이자 경감과 빚 탕감 등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은 경영 시스템과 금융 체제의 범위 내에서 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현군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박현군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금융 시스템을 정비해서 시중은행들이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차주에 대한 상시적 지원을 한 이후에도 곳간에 돈이 과도하게 쌓여 있다면 이를 사회공헌을 위한 출연으로 유도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PF 시장 투자, 환경·벤처·바이오 등 기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투자 확대 등에 사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돈맥경화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시장원리와 제도 정비로 풀어갈 노력을 등한시한 채 은행의 사회출현을 강조하는 정치적 방식의 시도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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