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바쁜 현대인들에게 뉴스는 흘러가는 소식과 같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뉴스가 나와도 놓칠 가능성이 있다. <뉴스워치>에서는 이번 주에 지나간 뉴스 중 지나칠 수 있는 정보를 상기하고자 기획 코너 [Re워치뉴스]를 마련했다.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내렸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주총을 연달아 개최하며 영업보고 및 재무제표 승인 등 통상적인 절차와 함께 이사회 재편과 같은 중요 현안에 대한 중지를 모았다. 주주들은 경영 실적과 사업 가능성 등을 고려해 상정된 안건 가결에 표를 던졌다. 

이로써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체제 안정화를 이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총괄 사장은 이사회에 입성하며 숙원을 풀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재신임을 받는데 성공하면서 다시 뛸 동력을 얻었다. 

◆ 자세 낮춘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죄송…또 죄송"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화제를 모았던 장면은 삼성전자와 한국타이어 주총에서 나왔다. 양사 경영진은 각각 '5만전자', '6만전자' 별명까지 안긴 주가 부진과 조현범 회장 구속에 따른 오너리스크로 송곳질문을 받으며 진땀을 뺐다. 이에 한종희 부회장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며 주주를 달랬고, 이수일 한국타이어 사장은 주총장 안팎으로 고성이 터져나왔지만 이를 외면했다. 논란에 대한 답변 회피 자체가 화제가 된 것이다.

한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주문하는 성난 주주들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와 경영진은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시설 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내에서 정기 배당을 지급한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로 환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022년 기준으로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 부회장은 '게임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앱의 성능제한 논란에 대해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앞으로 고객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사과했다. 경영진의 답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답변이 어려웠다"며 재차 자세를 낮췄다. 

◆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20조 투자한 메모리가 센트에 팔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29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29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업계의 불황과 호황이 반영된 경영진의 발언도 이목을 끌었다. 대표적 사례가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토로다. 그는 한 주주로부터 '메모리 업계가 기술 개발을 위해 매년 20조원이 넘는 설비 투자를 하는데도 다운턴만 되면 영업이익 적자를 우려해야 하는 것은 사업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질의를 받고서 "바시어스(Vicious·지독한) 사이클을 막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대해 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1년에 20조원 넘는 투자를 하고, 6개월 동안 600개가 넘는 공정이 투입돼 나온 제품이 센트(cent)에 팔리고 있다", "A100에 공급한 HBM(고대역 메모리)은 200달러 미만인데 엔비디아(GPU 설계·개발 기업)가 팔고 있는 건 1만달러다"라며 업황 불황에 따른 어려움과 메모리 제조사가 가격 결정권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추가 감산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박 부회장의 각오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한파를 겪게 된 반도체 산업과 달리 배터리 산업은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과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로 동반 상승 중이다. 이에 따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최윤호 SDI 사장도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25조5986억원의 매출과 1조2137억원의 영업이익 달성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 뒤 "올해도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갖춰 고객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수익 넘버원 기업으로서 주주 여러분의 신뢰에 답하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이라는 경영 방침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티어 달성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 "모두에게 인정받는 LG되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신년을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영상 메시지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신년을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영상 메시지다. /사진=LG

취임 5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주총에서 '원칙경영'을 강조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과 혁신, 이를 가능하게 할 사람과 인재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미래 세대와 공존하며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히 미래고객 가치에 지향점을 두고,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통합적 대응체계를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인정받는 LG가 되겠다"는 게 그가 밝힌 목표다.

구 회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사업의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 방침을 공표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 테크(Clean Tech) 등 새로운 성장 축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미래 기반 확보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이 같은 메시지는 주총 현장에 불참한 구 회장을 대신해 권봉석 LG대표이사 부회장이 대독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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