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압박, 윤 후보 사퇴로 화살 돌아가

[뉴스워치= 정호 기자] 오늘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사퇴서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알려진 윤 후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KT가 망가질 것 같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사내 이사들과 개인주주들은 윤 후보의 사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주말 간 고심을 거듭한 윤 후보는 결국 마음을 굳혔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폐기된다.

앞서 이미 여당의 눈 밖에 난 윤 후보 입장에서는 대표이사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집요한 공격과 제동이 따라다닐 가능성이 컸다. 여권은 33명의 후보군 중 4명의 후보자가 KT 출신이 선정되자 '이익 카르텔'이라고 공격했다. 윤 후보로 최종 후보가 낙점됐을 때는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로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굳이 가시방석에 앉을 바에 디지코의 현 자리에서 내실을 다지는 쪽이 효율적일 것이다. 디지코는 1998년 이후로 2022년 매출액 25조원을 넘기며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풍문에 휘말리는 것보다 성과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

윤 후보의 선택은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정부·여당의 의혹에 눈을 돌리게 한다. KT 경영 공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며 주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대통령실에서 정해서 발표하라'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5만원대를 기록하던 KT의 주가 또한 3만원 선 아래로 내려가며 원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KT의 지분 구조는 국민연금 10.35%, 현대자동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 기타 18.58% 등이다. 반면 개인 주주의 지분은 57.36%로 가장 많다.

윤 후보 스스로 압박을 이겨낼 수 없었던 것으로 이유를 밝혔지만 그는 리스크에 마냥 패배하지 않았다. 여당의 노골적인 외풍이 되려 뭇매를 맞게 되는 빌미로 작용하게 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되려 윤 후보의 선택에서 '논개'가 엿보이는 이유다.

정호 산업부 차장
정호 산업부 차장

결국 KT는 상반기 동안 공식 대표이사가 없는 체제로 운영되게 된다. 직무 대리는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추후 대표이사 재선정을 두고 기존 후보들이 다시 재경합을 벌일지, 다시 공모 과정부터 진행할지 불투명하다. 이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재계 12위인 KT가 떨어지는 주가는 누구의 책임인지를 살펴봐야 하는 문제만 남은 상황이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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