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증권가 “유사시 한국 자본시장 방어 이상 무”... 투자자, 2008년 기억에 불안심리 증폭

[편집자 주]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소식이 이슈의 중심일까? 워낙 많은 소식들이 전해지다 보니 화제의 중심에 선 이슈가 궁금해진다. <뉴스워치>에서는 기획으로 [똑똑 키워드] 코너를 마련했다. [똑똑 키워드]에서는 한 주의 화제 이슈를 키워드로 정해 살펴봄으로써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봤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벨리은행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 시중은행들의 뱅크런이 한국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파산한 실리콘벨리은행의 모습. /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실리콘벨리은행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 시중은행들의 뱅크런이 한국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파산한 실리콘벨리은행의 모습. / 사진 =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태평양 반대편 미국에서 벌어진 중형 시중은행의 파산사태에 한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실리콘벨리은행(SVB) 파산이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과는 다르다며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VB 파산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충격은 지금까지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변동성이 상당히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주식·채권 시장에 잠시 충격이 있었지만 바로 회복됐다는 점을 들었다.

SVB 파산 직후 주식·채권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침체되는 듯 보였지만 보름 정도 지난 현재 주가는 100포인트 이내에서 등락을 보였고 채권 시장에서도 국채 10년물 기준으로 SVB 파산 직전의 가격을 회복하면서 SVB 리스크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한 국민연금 등 일부에서 제한적인 손해를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SVB와 시그니처 등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은행들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사실상 찾기 어렵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경기침체와 투자손실 가능성 심화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들은 연합뉴스 등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SVB 파산은 시작에 불과하며 급격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문가들 “거시적 위험 없지만 개인 투자자 리스크는 확대”

이처럼 한국은행과 투자전문가들이 모두 SVB 리스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병연 애널리스트는 “SVB 파산이 한국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것과 투자 위험성은 다르다”며 “SVB 파산으로 금리 변동성은 오히려 더욱 커졌고 이는 투자자 개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투자환경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경제라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SVB 리스크는 무시해도 되지만 투자자 개개인에 대한 리스크 즉 주식·채권 투자에 대한 손실 위험성은 커졌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투자심리 위축은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SVB 파산 사태로 지난 2008년 이후 금리변동성 확대 등 투자환경의 변화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이에 투자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단기채권 중심의 투자전략과 함께 주가연계증권(ELS)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투자자들은 SVB 파산 사태로 지난 2008년 이후 금리변동성 확대 등 투자환경의 변화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이에 투자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단기채권 중심의 투자전략과 함께 주가연계증권(ELS)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SVB사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악몽 소환

한국경제에 미치는 SVB 파산 리스크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 경기 불황에 대한 경험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은 미국의 한 대형 투자회사가 망한 일 정도로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불과 수개월 만에 한국경제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당시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많은 미국인들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이는 자국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은행 등에 맞긴 돈과 투자금 회수에 나섰고 이에 대응해 미국 금융기관들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 같은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금융세력들의 자본이 미국으로 옮겨지면서 달러가 급격하게 유출됐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결국 정부와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2023년 실리콘벨리은행 파산이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우리나라에도 결정적인 영향이 올 수 있지 않느냐는 불안이다.

SVB 파산으로 인한 외환유출 등의 우려에 대해 한국은행은 국내 외환 보유고 등으로 볼 때 2008년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 일각에서는 외환 관련 통계를 근거로 현재 국내 보유 외환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중이라며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사진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공개된 외환 보유고와 국내 외환 유통 현황을 볼 수 있는 지급결제된 외환 비중 통계 추이. / 사진 =박현군 기자
SVB 파산으로 인한 외환유출 등의 우려에 대해 한국은행은 국내 외환 보유고 등으로 볼 때 2008년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 일각에서는 외환 관련 통계를 근거로 현재 국내 보유 외환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중이라며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사진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공개된 외환 보유고와 국내 외환 유통 현황을 볼 수 있는 지급결제된 외환 비중 통계 추이. / 사진 =박현군 기자

한은 “한국 경제역량 2008년, 1997년과 비교 불가”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외환 변동성 대응 역량 자체가 현재 SVB 사태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1997년 IMF 사태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순수 외환은 총 4012억4000달러다. 이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던 2008년 9월 외환보유액(1620억7000만달러) 대비 67.8%,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11월(236억3000만달러) 대비 1598.2%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기준 외환보유액에 금, 특별인출권, IMF포지션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4252억9000만달러로 확대된다.

즉 어지간한 외환 반출은 감당할만큼 경제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대한민국은 채권국의 지위에 있다”며 “IMF 사태 당시와는 대응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침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 한국경제가 경기침체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국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해 거래된 외환 거래액은 지난해 11월 60조3850억원에서 지난달까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통용되는 달러 등 외환 규모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외환 반출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은행에서 보유한 외환보유액도 1997년과 2008년에 비해서는 크게 증가했지만 2021년 12월 4383억2000만달러에서 큰 폭으로 감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코스닥 지수도 2021년 12월 이후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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