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한국의 앞날은 지방에 달려있다. 아마 국민 대부분이 이처럼 생각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이 균형 있게 발전하였다면 수도권에는 600만 명 정도가 살아야 하는데 무려 2,6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다. 서울은 포화 상태를 진즉 넘었다. 반면에 전 국토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은 지금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사람도 부족하고, 물자도 부족하다. 지금 한국은 비정상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교육부는 혁신하는 지역 대학 30곳을 선정,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경쟁력 있는 대학을 키우는 ‘글로컬 대학 30′ 사업 추진 방향 시안을 발표했다. 대학당 향후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실로 원대하고도 중요한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글로컬 대학 예비선정 심사 기준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은 혁신성(100점 중 60점)인데 혁신성은 ‘대학 안팎, 내부(학과·교수)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다고 한다. 우리 대학은 한때 구조개혁의 한 가운데 섰으나 지난 정권 내내 정부는 교육에 대한 어떠한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였다. 결국, 저출산과 지방대 몰락으로 한국은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대학만의 개선으론 지방의 대학이 생존하기 어렵다. 학생이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졸업 후 취업이 안 되고 문화시설과 교통 등 편의시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냥 예산만 허비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지방이 아울러 발전하여야 한다. 그래서 역대 정권에서는 항상 산업과 대학과 연구를 함께 묶어 발전 방안을 모색해왔다.

교육부 발표 하루 전인 3월 15일, 경제부총리, 산업·국토·중기·과기·교육·농림·환경 장관 등은 「제14차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개최하여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과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하였다. 산자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 차, 로봇을 첨단산업으로 삼아 집중하여 육성하고 국토부는 15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를 선정하여 이를 첨단산업기지로 조성하고 전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경기 용인에 시스템반도체, 강원 강릉에 천연물 바이오, 대전에 나노⸱반도체, 대구에 미래 스마트기술, 광주에 미래 자동차, 충남 천안에 미래모빌리티, 홍성에 내포신도시 미래 신산업, 충북 오송에 철도클러스터, 전북 완주 수소특화, 경북 안동에 바이오 생명, 경주에 SMR (혁신 원자력), 울진에 원자력 수소, 전남 고흥에 우주발사체, 경남 창원에 방위ㆍ원자력 융합 단지 등을 각각 개발하겠다고 한다. 이제야 오랜만에 본격적인 한국의 발전 청사진이 나온 셈이다.

이번 연이어 발표된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필자는 매우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또 각 분야의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모양이니 틀림없이 좋은 성과를 내리라 기대하고 있다. 솔직히 이번에 발표된 계획이 좋은 효과를 거두면 지방 살리기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르면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지방 49개 시 중 인구가 증가한 곳은 1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와 천안이 1% 이상의 증가 폭을 보였고 강원 속초, 양산, 청주, 제주, 춘천, 서산, 김해, 순천, 전주, 동해 등이 소폭 증가하였을 뿐이다. 나머지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거나 인구감소 정도가 위험한 곳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지방에 살기가 불편한 게 현실이다. 우선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 일이 있어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동창회라도 나가려면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한다. 병원에 가기도 어렵고 행정관청에 가는 일도 만만치 않다. 문화시설도 모자라다. 학교도 멀고 사교육 시설도 많이 부족하다. 이러니 불편해도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수도권에 일자리는 부족하고 불안한 학부모와 아이들은 사교육에 허덕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이 괴롭다. 유독 한국이 그렇다.

따라서 기왕지사 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의 의지를 품었다면 국민의 호응을 높일 필요가 있다. 먼저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번의 정부 발표는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이로 인한 정쟁에 묻혀 거의 보도가 되지 못하였다. 이는 앞으로의 성공적 사업 수행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또한, 일의 추진에 있어 너무 효율성의 함정에 빠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교육, 문화, 환경, 건강 등 세상엔 효율을 측정하기 어려운 일이 너무도 많이 있다. 이미 전철이나 지하철 등의 건설과정에서 효율성을 의식하여 건설한 탓에, 차량의 칸수를 적게 하거나 운행 간격이 너무 커서 이용자의 불만을 산 적이 있다. 효율을 너무 의식하면 예산을 투입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낭패를 당하기 쉽다. 일자리는 물론 교통과 주택, 생활 인프라 등이 잘 발달해 있어야 한다. 주거, 문화, 안전 등 도시 인프라 구축을 통한 정주 여건의 개선이 인구 확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산업시설을 만들어 사람을 모아놓았는데 교육 시설이 부족하고 문화공간이 부족하다든지, 교통이 불편하여 외부와의 왕래가 어렵다든지 하면 사람들은 다시 수도권으로 몰려가게 된다. 모쪼록 이번 정책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어 사람이 편히 살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되길 기대한다.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