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지난주 일요일이었다. 필자는 모처럼 시내에 나갔다가 그만, 씁쓰레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느 청년이 어깨를 건들거리며 부지런히 오더니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나이 지긋한 분에게 큰소리로 “아저씨, 담배 끄세요”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대충 60은 넘어 보이는 그분은 어이없어하며 우두커니 그 청년을 바라보았고 그 청년은 여전히 어깨를 좌우로 흔들면서 “담배 끄시라고요. 예?”라며 눈초리에 힘을 주었다. 하는 품새가 분명한 불량배였다.

이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된 필자는 괜히 불쾌해짐을 느꼈다. 그 거리는 인파도 없었고 금연 거리로 지정되지도 아닌 그저 조용한 거리였다. 그분이 어이없어하며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 청년을 잠시 바라보자 그 청년은 “에이!”하고 말하며 나이트클럽이 있는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그분은 “말세다.”하고 말하고 걸음을 옮기었다.

국내 성인 인구의 4명 중 1명인 약 1,000만 명이 흡연자이다. 물론 담배의 각종 독성물질과 발암물질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장기에 피해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간접흡연의 경우도 건강을 해칠 수 있어 국민건강증진법은 일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하여야 하고 이 경우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의 항의는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청년의 항의하는 방식은 적절치 못하였다. 만약, 그 청년이 조용히 다가와 담배 냄새로 인해 자신이 힘들다고 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였다면 누구도 불쾌하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개인이 자신의 기분대로 행동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주변의 시선이나 분위기는 생각하지 않고 소신대로(?) 마구 행동하는 모습은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운전하다 보면 젊은 청년이 나이가 훨씬 위로 보이는 여성이나 남성을 향해 삿대질이나 쌍욕을 해대는 모습을 간혹 보게 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기성세대를 인정했던 과거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학자들은 중년의 세대를 전통과 권위를 중요시하는 권위주의 세대로, 그들의 자녀세대를 전통과 권위에 대한 순종을 거부하려 하는 탈권위주의 세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생기는 권위주의 대 탈권위주의의 갈등은 가정, 학교, 직장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나 직장에서도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에 대한 복종을 거부한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권위와 위엄이 도전받고 있으며, 학교나 직장에서는 연공서열의 위계질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권위주의나 탈권위주의 양쪽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항상 문제는 너무 지나칠 때 생긴다. 권위주의가 지나치면, 모든 문제를 억압과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며 개인의 자율성을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탈권위주의가 지나치면 가정과 사회를 지탱하고 이끌어갈 "정당한 권위"마저 위협당할 우려가 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물론, 앞에 말한 불량배의 사례는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게다가 필자는 없는 권위를 억지로 내세우는 그러한 권위주의를 옹호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정당한 권위는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그러한 세월의 연륜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자신보다 앞서서 세상을 경험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자신에 대한 겸손함은 실패를 줄이고 지혜와 끈기를 배우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배움은 그 사회를 발전시키는 가장 큰 자양분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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