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형 위스키, 예전 캪틴큐 자리 꿰차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분위기 공통점

[뉴스워치= 정호 기자] 위스키가 요즘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종류는 웃돈까지 얹혀 팔리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스카치, 버번을 비롯한 위스키 종류 수입액이 2억6684만달러를 기록했다. 2007년 2억7029달러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1억7534만달러보다 52.2% 증가한 수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빠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위스키는 ‘아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지금의 인기는 위스키와 토닉워터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 문화 등이 뒷받침했다.  또 가격적인 부담이 적은 메이커스 마크, 발베니, 와일드터키 등 다양한 중저가형 위스키가 늘어났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1980년과 1990년 사이에서 이런 문화를 주도한 것은 캪틴큐와 나폴레온이다. 각각 럼과 브랜디 원액을 섞은 술이며 서민 양주의 시초격이다. 두 술은 모두 독한 도수 때문에 ‘내일을 없애주는 술’로 유명했다. 조금이나마 숙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이볼 문화처럼 다른 음료와 섞어 부담을 줄어야 했다. 이 술들이 보급되기 이전, 소주와 맥주로 대표되는 술자리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때 선호됐다. 대학생들이 서로 모여 양주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캪틴큐와 나폴레온를 주로 찾았다.

요즘 젊은 세대들도 기존 캪틴큐와 나폴레온처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가는 가격 선에서 분위기를 낼 때 주로 찾는 위스키를 찾는다. 코로나19 팬데믹(풍토병) 당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들이 늘어났다. 이 문화는 위스키 시장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외출이 줄어들자 집에서 소주와 맥주보다 향과 술 본연의 맛을 가진 위스키를 찾는 문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성비 면에서도 캪틴큐와 나폴레온은 위스키 문화와 연결되는 이유다.

현재에 이르러 캪틴큐와 나폴레온은 단종이 돼서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절판이 된 이유는 기존 자리를 새로운 술들이 치고 올라오며 자연스럽게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또 하나로 캪틴큐는 불명예스러운 이야기도 따라다닌다. 2015년 단종 이전까지 비양심 유흥업소 점주들이 술을 섞어팔 때 넣는 것이 캪틴큐였다.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 롯데칠성음료는 캡틴큐 생산을 그만두게 됐다. 탈과 말들이 많았음에도 이 두 술은 부담이 적은 가격으로 고급스러운 술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모두 위스키 열풍에 조상 격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정호 산업부 차장
정호 산업부 차장

최근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식당에서 마시는 주류 가격 6000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따지면 돈을 조금 더 들이면 혼자서도 기분 좋은 술자리를 보내는 홈술족 문화가 가성비 면에서 뛰어날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 신세계 L&B 등은 위스키 대란 속에서 K-위스키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유독 해외 술들이 많아지는 요즘에야 위스키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도전을 봤을 때 캪틴큐와 나폴레온이 명성을 K-위스키가 새롭게 꿰찰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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