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중심 중견·중기 대상 영업준비 박차···은행 “경쟁 얼마든지 받아주겠다” 자신감

금융당국의 증권가에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 검토 소식이 알려진 후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법인영업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은 중견 이하 기업들 중 일부를 주거래 고객으로 유치하는데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증권가에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 검토 소식이 알려진 후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법인영업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은 중견 이하 기업들 중 일부를 주거래 고객으로 유치하는데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증권업계에서 대형사를 중심으로 중형 혹은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IB업무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할 경우 증권계좌로 급여를 줄 수 있고 기업의 세금·공과금을 낼 수 있으며 쇼핑몰 업체들도 판매계좌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나 기업 등이 불특정 다수에게 세금 혹은 판매대금을 납부받기 위한 가상계좌도 증권계좌로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증권사들은 기업들을 주거래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CMA 계좌로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소액 주식투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증권사 “중견이하 기업은 우리 것” 기대감 확대

지난 6일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시중은행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기는 어렵겠지만 법인 영업 강화를 통해 진정한 투자은행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은 어렵겠지만 그 외 중견기업과 강소기업들은 충분히 주거래 금융기관으로 유치할 수 있다”고 말한 뒤 “특히 증권업계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건설업계를 포함해  일부 산업계 중에서 대형 증권사를 주거래 금융기관으로 선정하는 곳이 나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알겠지만 은행 중심으로 움직이는 법인 금융시장에 증권업계가 진출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법과 제도적으로 하지 못하게 막아놨던 시장을 열어놨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은행업무 불가 논거들 이미 사라져”

증권업계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법인 지급결제를 열어주는 것이 금산분리 원칙의 후퇴, 증권사의 건전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노조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재벌은행’ 논란에 대해서는 “증권사는 2017년부터 개인에 대한 소액지급결제를 업무를 해 오고 있다. ‘재벌은행’에 대한 논란은 증권사에 개인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준 2017년에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5년 간 운영하면서 그 같은 주장이 잘못된 우려라는 점을 증명했다. 이제는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래에셋·삼성증권·메리츠증권·NH투자증권 등의 자산규모가 각 사당 8조를 넘는 시점에서 건전성·유동성 논란은 이미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IB업무의 전문성을 가진 증권사와 주거래 금융사로 관계를 갖게 되면 수출기업·연구개발 등 투자가 많이 필요한 첨단기업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제도로 막기 어렵지만 시장확보 어려울 것” 

은행에서도 반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에서 ‘공정’과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하는 일에 반대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법인 시장에  시중은행들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방안이 은행의 경쟁 강화 차원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증권사들이 은행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경쟁을 시도하면 우리도 그에 맞춰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의 전체적인 발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법인 시장을 증권업계에 일부 빼앗길 수 있다는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증권사 자체가 여신업무 등에서 많이 약하기 때문에 당장 성과를 내기는 어렵고 장기적으로도 증권사가 발전하는 만큼 은행도 발전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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