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풍력터빈 제조 세계 1위 기업인 베스타스(Vestas)의 헨릭 앤더슨(Henrik Andersen) CEO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풍력터빈 제조 세계 1위 기업인 베스타스(Vestas)의 헨릭 앤더슨(Henrik Andersen) CEO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SK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럽 순방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윤석열 대통령 특사로 스페인, 덴마크, 포르투갈을 방문한 그는 각국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각국 중요 기업인과 연쇄회동을 갖고 경제협력 및 그린사업 저변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최 회장은 순방국이 신재생에너지 강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비즈니스 미팅도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 포르투갈의 갈프(Galp) 등 각국 에너지 분야 주요 기업과의 회동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에너지 전환 분야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와 각국 간의 긴밀한 경제협력 차원이면서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과 같은 인류 공동 과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부산엑스포의 비전과도 연결되는 활동이다.

뿐만 아니다.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그린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글로벌 협력 방안 모색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뛰고 있는 최 회장이 이번 순방을 통해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 출국길에 올라 6일 귀국했다.

◆  친환경 에너지 기업과 연쇄 회동…그린 밸류체인 전반 협력 논의

최 회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덴마크에서 풍력터빈 제조 세계 1위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Vestas)의 헨릭 앤더슨(Henrik Andersen) CEO와 세계 최대 그린에너지 투자운용사 CIP(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의 야콥 폴슨(Jakob Poulsen) CEO를 차례로 만났다.

최 회장은 베스타스에 파트너십 강화를 제안했다. 한국을 허브(Hub) 삼아 동남아 공동 진출, 수전해기술을 통한 그린수소 개발 및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자는 것. 이에 헨릭 앤더슨 CEO는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이 최적의 국가"라고 동의하며 "SK와의 해상풍력 분야 협력을 진전시키는 한편 향후 그린수소 개발 및 친환경 전기(Green Electricity) 기반의 전기차 충전시설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베스타스는 다보스 포럼 당시 한국 내 3억달러 규모의 풍력터빈 생산공장 투자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의 한국 이전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야콥 폴슨 CEO에게도 해상풍력을 넘어 안정적인 수소 생산 및 해외 수출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CIP 측은 SK와 협력 확대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며 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 공동 개발, 부유식 해상풍력, 그린수소 개발 등에서 공동투자 및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나아가 CIP는 덴마크 정부와 함께 북해 지역에 추진 중인 복합 신재생에너지 시설 '인공섬(Artificial Island)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에 대한 SK와 한국의 공조를 제안하기도 했다.

CIP는 2018년 국내에 CIP코리아를 설립한 이래 전남 및 울산 지역에서 멀티 기가와트 규모의 고정식·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SK E&S와 2020년 합작법인 '전남해상풍력'을 설립한 뒤 신안군 해역에서 900㎿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받아 99㎿ 규모의 '전남1' 사업을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세계 최대 그린에너지 투자운용사 CIP(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의 야콥 폴슨(Jakob Poulsen) CEO(왼쪽 가운데)를 만나 친환경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세계 최대 그린에너지 투자운용사 CIP(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의 야콥 폴슨(Jakob Poulsen) CEO(왼쪽 가운데)를 만나 친환경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SK

덴마크에서의 비즈니스 미팅에 대해 SK 관계자는 "한국과 덴마크 정부간 구축된 '녹색성장동맹(Green Growth Alliance)'의 기반 위에 기업 차원의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해상풍력·수소·ESS·배터리 등 그린 밸류체인 전반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양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제 협력 물꼬 텄다…"ESG 매개로 글로벌 시장 지속 개척"

다음날(현지시간)엔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 갈프(Galp)의 필리페 시우바(Filipe Silva) CEO와 면담을 가졌다. 갈프사(社)는 포르쿠갈 최대의 석유 및 가스 기업이다.  최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갈프와 SK그룹 간 유사점으로 평가하며 배터리·수소·SMR 등 신재생에너지 및 순환경제 전반에서 협력 기회를 발굴해 가자고 제안했다.

필리페 시우바 CEO도 공감했다. 양사는 향후 해상풍력, 리튬 정제, 바이오 연료 개발, EV 충전시설 등으로 협력 범위를 지속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에 따라 SK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갈프는 최근 탈탄소로의 전환을 급격히 추진하며 이베리아 반도를 비롯해 브라질, 모잠비크,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공급망 전반에 걸쳐 핵심 사업자로 부상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한국과 포르투갈의 최대 에너지 기업간 최고위급 면담이 이뤄짐으로써 양국의 에너지 전환과 녹색성장 비전을 민간 차원에서 선도하며 경제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 회장은 스페인을 방문한 1일(현지시간)에도 레예스 마로토(Reyes Maroto) 산업통상관광부 장관과 만나 양국의 경제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스페인 최대 에너지기업인 렙솔(Repsol)과 SK그룹의 성공적인 사업 성과로 소개되는 고급 윤활유 생산 합작법인 일복(ILBOC·Iberian Lube Base Oil Company)의 사례를 언급하며 양국 간 적극적인 상호투자 및 인력 교류 확대를 제안했다.

이번 3개국 방문 성과에 대해 SK 관계자는 "특사 역할과 엑스포 유치 지원을 계기로 유럽과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향후에도 ESG 등을 매개로 글로벌 시장을 지속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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