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학생들이 여성 관련 과목에 수강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7~80명 정도의 수강인원을 유지해왔던 모 과목은 학과 개설기준인 25명을 넘지 못하고 2학기째 연이어 폐강되었다. 그런데 다른 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지란다. 무엇이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페미니즘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했나? 언론을 통해 여러 종류의 분석이 보도되었지만, 필자는 집단보다는 개인 차원에서 자신이나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겠다는 일종의 개인주의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전년보다 0.03명 감소한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 수치는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라는 충격적인 설명도 깃들여졌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로 스웨덴·아이슬란드·노르웨이·핀란드·미국 등 상위 5국은 모두 합계출산율이 1.8명을 넘었지만, 체코·일본·한국·폴란드·슬로바키아 등 하위 5국의 합계출산율은 1.5명 미만이었다.

‘청년층의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인식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를 보면 20∼30대 미혼 여성 중 불과 4%만 결혼이 필수라고 답했으며 남성 역시 12.9%만이 ‘결혼은 필수’라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답한 여성은 42.9%였고, 남성은 61.3%였는데 ‘결혼과 출산 모두 중요하지 않다’는 데 동의한 여성은 53.2%로, 25.8%가 동의한 남성과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삶의 질이 높다고 여길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보다 높았으며 사회적 신뢰가 높을수록, 기회와 평등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삶의 질과 사회적 신뢰, 기회와 평등 인식이라는 요소가 결혼과 출산에 미친다는 것인데 이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개인적인 행위가 사회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로 우리의 사회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볼 때 최소한 결혼과 출산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건전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특히 여성을 둘러싼 사회환경이 더욱 그러하다고 추정된다.

결혼은 오랫동안 사회의 초석이자 개인에게 안정감, 안정감, 헌신을 제공하는 사회 제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미혼 또는 미혼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많고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독신으로 남아 직업, 취미 또는 개인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여기고 또 어떤 사람은 재정적 불안정, 양육환경의 열악함, 결혼에 따른 사회적 및 법적 의무를 피하려는 욕구 때문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비혼은 점차 일반적인 생활양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혼은 더는 실패나 부적응의 표시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 경제적 여건을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물론 비혼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신자들은 종종 낙인과 차별에 직면하며, 특히 주택, 고용, 건강 관리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비혼에도 많은 이점이 있다. 독신자는 종종 더 독립적이고 자급자족하며 자신의 관심사와 열정을 추구할 시간과 자원이 더 많다. 그들은 또한 개인 생활과 직업 생활에서 더 많은 자유와 유연성을 가지며 변화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이러한 이점은 출산을 피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그러나 비혼과 저출산은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심한 경우 공동체의 소멸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7월 총 7천865가구를 대상으로 한 제1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에서 '부모 부양의 책임은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3.12%가 '매우 동의한다.', 18.27%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21.39%만이 부모 부양의 자녀 책임에 대해 동의한 것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이미 상당히 약화되었다. 스파르타의 멸망은 저출산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개인을 중심으로 각기 생각과 생활을 이어간다면 그 공동체는 위험하다. 어느 틈엔가 한국이 저성장과 국민의 감소로 중진국 이하로 전락하고 과거의 빈곤을 되풀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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