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시장 불황 속 PF의 정책지원 필요성 제기···제2금융권만으로는 어려워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지난해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은행권의 막대한 영업이익과 그에 따른 큰 폭의 성과급 지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5대금융그룹 지주사들이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273조4832억원, 영업이익 24조5561억원, 당기순이익 18조2009억원에 이른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의 고통 속에 신음하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현실과 단순 비교하면 큰 괴리감이 느낄만도 하다.

5대금융그룹 과도한 이익실현, 상당부분 정부책임

은행의 기본 수익구조가 예대금리차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5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막대한 이익이 기업과 개인들에게 ‘이자장사 과도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오해라며 내심 억울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은행 관계자들은 지난해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대해 가산금리 부분을 오히려 낮추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같은 항변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대출금리가 크게 낮아지지 않은 이유는 오히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기조 장기화와 미 연준을 비롯한 고환율 지속으로 인해 대출가산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취약차주 등을 대상으로 가산금리 인하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이유는 자금시장의 변동폭 증대로 인한 투자 리스크관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은행권 한 관계자는 “차주들에 대한 대출금 탕감과 이자 감면을 정책적으로 결정하려면 그에 대한 리스크와 향후 자금조달 비용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지난해 은행들이 통큰 이자 탕감에 나서기에는 자금시장 불안정·고환율·고금리 등 시장 상황이 불안정했다”고 토로했다. 

은행권 일각에서 말하는 이같은 설명이 맞다면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실현은 5대 금융그룹의 이자장사 탓도 일부 있지만 그와 함께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금융 시장의 운용을 적절하게 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또다른 문제만 낳을수도

그렇더라도 5대 금융그룹이 거둔 막대한 당기순이익과 그로 인한 성과급 잔치가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그들의 곳간에 돈이 쌓인 것에 대한 책임론과는 무관하게 그 돈이 한국경제와 국민들을 위해 사용되야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5대 금융그룹의 곳간에 쌓인 이익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안으로 일명 ‘횡재세’ 도입을 통한 이익 환수를 논의 중이다. 은행의 과도한 이익을 세금으로 강제 환수해서 서민금융진흥원의 재원으로 출연하는 등의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한 저신용자들의 급전대출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다양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크다. 시중은행 이익의 일부를 매년 출연해서 진흥원의 사업이 크게 확대되면 그만큼 P2P금융·저축은행 대출·보험사 대출이 축소되는 등 제2·3금융권의 생태계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서민금융진흥원 등을 통해서 5대 시중은행으로의 대출문턱을 넘지 못해서 대부업체, 카드사, 종금사, 저축은행 등의 고금리 대출을 사용해야 하는 취약계층에게 동아줄을 내려주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민생정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로 인해 제2금융권이 불안해져서 금융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금감원이 은행들에게 수신금리 경쟁 자재를 촉구한 이유가 제2금융권의 호소 때문이었다는 점과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은행 이익 활용한 PF자금 재보험 시장이 필요하다

그 보다는 시중은행이 쌓아놓은 막대한 현금자산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예산 중 일부를 더해서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투자에 대한 위험을 인수하는 PF 재보험 투자시장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부동산 경기는 2023년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 중 하나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대출금리 상승은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보유자들도 대출금리 상승 압박에 매물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국면으로 이끌었고 PF금리도 상승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압박히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방의 중소 종합건설사들의 도미노 부도소식도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 거품이 거둬질 필요가 있지만 이 또한 시장이 안정된 가운데 연착륙이 되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경착륙을 넘어 곤두박질 치는 상황”이라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개발위해 조성한 PF대출이 건설사와 시행사업의 걸림이 되고 있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대출 상환을 1~2년 간 유예한 것처럼 건설 산업 안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부동산 경기위축으로 인해 개발 후 분양 등으로 인한 자금 환수 시점이 길어지고 수익성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PF 대출 상환 자체에 일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PF자금을 자영업자 대출을 유예하듯이 정책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들에 대한 대출 정책의 파트너는 5대금융그룹에 속한 5대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들로 충분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취약차주 탕감과 가산금리 통큰 인하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여력이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의 PF자금 공급은 주로 증권업계가 주관하는데 이들은 정책적 대출만기 연장을 요구할 경우 그 리스크를 감당기 어렵다.

박현군 경제산업부 부장
박현군 경제산업부 부장

그러나 증권업계 등 제2금융권에서 PF대출 상환을 정책적으로 연장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중 일부를 정부와 은행권에서 인수해 준다면 건설·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의 과도한 수익을 좋은일에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반대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명분과 국민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 것을 실행하는 과정 또한 헌법에 합치되고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되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횡재세’와 같은 비 자유주의적이고 표퓰리즘적인 발상보다는 PF대출 재보험 시장 조성 등과 같은 충분한 투자처와 시장 개발을 통해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 생산에 나서야 한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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