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일본 하면 뭐가 가장 떠오르세요? 일단, 스시, 기모노, 사쿠라, 스모 등이 떠오르지만 한 나라를 상징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그 나라의 이름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의 한자는 ’日本‘입니다. 한자 일(日)은 날 일이기도 하지만, 해(太陽)일이기도 하고 낮일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국기, 일장기는 하얀 바탕에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원이고, 자위대가 사용하고 있는 공식 기이자,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旭日旗)는 빨간색 원 주위에 빛을 발하는 모습입니다.

일본 관광 포스터./사진=pixta.jp
일본 관광 포스터.

’일본=해(태양)‘라는 등식이 만들어지면서 일본은 붉은 태양을 자신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게 됩니다. ‘일본(日本)’의 본(本)은 근본 본 자이니 일본이라는 나라의 이름은 태양의 근본이 되는 곳, 태양이 뜨는 곳 등의 의미가 되겠죠. 그럼 언제부터 일본은 일본이라는 국가명을 쓰게 된 걸까요. 우리의 생각보다 꽤 오래전부터 일본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을 ‘왜(倭)’라고 불렀습니다. 중국은 일본만이 아니라 중국의 동남지역의 나라들을 오랑캐라는 의미로 ‘왜’라고 불렀습니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 ‘고사기(古事記)(712)’에는 자국을 ‘왜(倭)’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8년 후에 집필된 ‘일본서기(日本書紀)(720)’에는 대부분 ‘왜(倭)’가 아닌 일본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때 일본 최초의 율령국가이자 통일국가인 나라 시대(奈良 時代)가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대한 호칭의 변화는 중국 기록에도 남아있습니다. 일본이 나라로서 중국 역사서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후한(後漢, 25-220)의 역사를 기록한 ‘후한서(後漢書, 398-445)’로, 이때 ‘왜(倭)’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수서(隋書, 636)’에도 ‘왜(倭国)’로 기록되어 있는데, ‘구당서(旧唐書, 945)’에 처음으로 일본국이란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 책은 ‘왜국’에서 ‘일본’으로 이름이 바뀐 배경에 대하여 “일본국은 왜국의 다른 호칭이다. 이 나라는 해 가까이 있다 하여 일본이라고 이름을 정했다. 혹자는 왜국 스스로가 그 명칭을 부끄러워하여 일본으로 개칭했다고도 하고 일본이 소국인 왜국을 병합한 거라고도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라는 이름은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공의 형태이든 무역의 형태이든 타국과의 교역을 위해서는 나라의 이름이 필요했는데 아무래도 비하의 의미가 들어있는 ‘倭’를 국명으로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나라 이름이 일본이 된 이유는 뭘까요? 일본에 불교를 도입한 성덕태자(聖徳太子)가 견수사에 보낸 서간에 “해가 뜨는 나라(日出ずる国, ひいずるくに)”로 자신을 칭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건 지금처럼 ‘태양이 뜬다.’라는 것에 엄청난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 건너편에 미국이 있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당시, 중국에서 보면 일본은 가장 동쪽에 있는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일본이라는 국명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왜(倭)’라는 호칭에 대한 흔적이 전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왜(倭)’는 일본어로 ‘와(ワ)’‘야마토(やまと)’라고 하는데 일본으로 나라 이름을 바꾸면서, ‘왜(倭)’를 일본어로 동일하게 발음하는 ‘화(和)’로 바꿔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和’는 일본을 상징하는 한자로 자리매김합니다.

우리는 일식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와쇼쿠(和食)’, 일본식 방을 ‘와시츠(和室)’, 기모노 등 일본 전통의상을 ‘와후쿠(和服)’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간장을 베이스로 한 거의 모든 음식에 일본풍이라는 의미로 ‘와후(和風)’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간장 베이스를 ‘오리엔탈 소스’라고 하고 있습니다. 한자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 모르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와규(和牛)’, ‘화과자(和菓子)’에도 바로 조화로울 ‘화(和)’자를 사용합니다. 그다지 조화롭지 못한 일본계 대부업체, 산와머니의 일본 회사 이름은 산와파이낸스(三和ファイナンス)로 이 또한 일본을 상징하는 ‘和’가 들어갑니다.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마감하고 나루히토 일왕 즉위에 맞춰 2019년 5월 1일부터 시작된 연호에도 ‘和’자 들어갑니다. ‘레이와(令和)’ 의미는 令(Beautiful)과 和(Harmony)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조화’라는 의미입니다. ‘조화’를 국시를 내걸고 있지만, 근대 이후 일본은 인근 나라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합니다. 나라의 이름처럼 일본은 지금이라도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나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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