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일본판 포스터
슬램덩크 일본판 포스터

[뉴스워치= 칼럼] 지금 극장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라는 일본 애니로 인해 돌풍이 일고 있습니다. 개봉 7일 만에, 전날 기준 누적 관객 수 54만 명을 돌파하더니 벌써 200만을 훌쩍 넘겨 일본매스컴도 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N 차 관람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하고, 영화 개봉에 맞춰 출간된 특별판 『슬램덩크 챔프』도 새해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애니는 1993년부터 인기리에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슬랭덩크’를 26년 만에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가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아 새롭게 제작한 겁니다. 영화가 인기를 끌자 TV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를 재방영하던 〈왓챠〉에서 TV 시리즈 시청률 1위를 기록하였고, 시청구독자 수가 11.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누계 1억 2000만 부라는 엄청난 발행 부수를 기록한 ‘슬램덩크’ (점프(ジャンプ), 1990.10-1996.6 연재)는 TV 애니로 제작되면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슬램덩크’로 〈농구 붐〉이 일어날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영화로 제작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당연히 1990년대 추억을 간직한 3040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추억이 방울방울 돋는 대사들을 만끽하며 어릴 적 기억을 소환을 있는 거겠죠. 그런데 이 영화가, 이 만화를 보지 못한 세대인 1020에게 까지 인기몰이하고 있다니 매우 흥미롭습니다.

'슬램덩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고등학교 농구부의 이야기입니다. ‘쇼호쿠(湘北)고교/북산고’에 입학한 새내기 ‘사쿠라기 하나미치(桜木花道)/강백호’, ‘루카와카에데(流川楓)/송태섭’ 등이 성적을 내지 못하는 농구부에 들어간 이후, 전국 제패를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도전을 그린 영화이지요. 이번 극장판 버전은 원작 만화 중 가장 빛나는 경기의 순간으로 평가받는 전국 고교 농구전에서 고교농구 최강팀인 ‘산노(山王)공업고등학교/산왕공고’와의 경기를 그리고 있어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안자이 감독. 슬램덩크 만화 6권 중에서
안자이 감독. 슬램덩크 만화 6권 중에서

그런데 2023년이라는 이 시점에 30년이나 지난 ‘슬램덩크’에 사람들이 왜 다시 빠져들고 있는 걸까요? 누군가 말했듯이 '슬램덩크'는 지난해 유행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을 그린 작품입니다. 누구나 승산이 없다고 말하는 그 시합에서 ‘쇼호쿠고교’는 강한 투지와 의지로 통쾌하게 승리를 거두는 성장 스포츠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청춘들의 성장을 다루는 뻔하고 예상 가능한 스토리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정치권은 비롯한 우리의 주변에 제대로 된 어른을 볼 수 없는 요즘, 청춘들을 진두지휘하는 영화 속 ‘안자이(安西先生)/안 선생’은 그야말로 우리가 찾는 어른입니다. 지금은 자상하고 푸근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변한 안자이 감독이지만 예전에는 ‘백발의 오니(白髪鬼)’라고 불릴 정도로 무섭지만 다른 팀의 감독들에게도 존경받는 실력과 지도력, 거기에 자상함까지 겸비한 감독입니다. 선수들을 다그치기보다는 선수 한명 한명의 특징을 파악하여 동기부여 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기다려 줍니다. 농구를 시작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풋내기 ‘사쿠라기/강백호’와 같은 선수들에겐 오직 그만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동기부여 코치를 합니다. 결국 ‘사쿠라기/강백호’는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리바운드에 온 힘을 다하면서 경기의 승기를 잡게 됩니다.

선수들에게 “포기하는 순간 시합은 끝난 거야(あきらめたらそこで試合終了だよ)”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안자이. 시합을 승리로 이끈 후 기자는 안자이 감독에게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안자이는 치열했던 자신의 선수 시절의 영광을 뒤로하고 “지금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우리에게 뜨거운 청춘은 지나갔지만, 청춘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는 것으로 또 다른 영광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안자이 감독을 보며 되새겨봅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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