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RA 시행에 따른 원산지 요건화, EU 여권 제도 도입 예고
생애주기 정보 디지털화…생산현장의 노동·인권도 확인 가능

글로벌 배터리 얼라이언스(GBA)가 공개한 배터리 전자여권 콘셉트. /사진=GBA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배터리 얼라이언스(GBA)가 공개한 배터리 전자여권 콘셉트. /사진=GBA 홈페이지 캡처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에 QR코드 형태의 개방형 전자 시스템을 도입한 배터리 여권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원재료 채굴부터 생산, 이용, 폐기, 재사용·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의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업계 전반이 공감을 표시하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밸류체인 투명성 제고를 통해 배터리의 안전성, 재활용에 대한 책임을 보장한다는 게 그 취지와 의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여권 도입은 이미 가시권으로 들어온 상태다. 지난달 폐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GBA(글로벌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공개했다. GBA는 WEF의 후원을 받아 설립된 민관 협력단체로, 3년여 전부터 배터리 여권 개발을 제안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해왔다. 따라서 이번 시제품 공개는 일정 부분 성과를 이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GBA 회원사로 배터리 여권 개발의 실무그룹으로 활약한 데 이어 삼성SDI도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후문이 업계발로 전해졌다. SK온은 현재 관련 내용을 검토 중으로, 이르면 연내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배터리 여권 도입이 불가피하다는데 업계의 이견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배터리 원산지 증명을 요구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3년 뒤인 2026년부터 배터리 여권 제도를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독일, 중국, 일본 등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독일은 정부 주도의 플랫폼 개발과 자국 기업 11곳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배터리 패스' 프로젝트 개발이 동시 진행 중이다. 중국은 기업의 배터리 정보 입력을 의무화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배터리 여권이 해외 전기차 시장 진출은 물론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배터리 전자여권은 산업계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밸류체인 내 이행 성과를 추적하고 측정할 수 있는 견고하고 표준화된 체계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배터리 여권이 미중 간 배터리 패권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중국 압박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여권에 담긴 QR코드에는 배터리 생애주기뿐 아니라 제조 당시 발생한 온실가스의 양, 생산현장의 노동 및 인권 관련 정보 등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양국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국내 업계에서 정부 차원의 폭넓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