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 신호를 보였다. 이른바 'K-반도체'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추락과 함께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물론 예상된 수순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 충격파의 정도는 훨씬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0조4646억원, 영업이익 4조3061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연 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5.99% 감소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떨어졌는데, 그 이유가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이익이 97% 가까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의지와 달리 올해 상반기 자연적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사정은 더 나쁘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6986억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시스템 반도체 등으로 사업이 분산된 삼성전자는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95%(2022년 3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는 업황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야말로 '어닝쇼크'다.

문제는 반도체 수요가 단기간 회복되긴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업사이클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전망하고 있다. 적어도 상반기까진 반도체 혹한기를 이어가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예년의 50% 수준으로 축소하고, 재고 상황을 고려한 제품 공급 조정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각 기업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 수립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업에 전적으로 맡기기엔 반도체 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이 바로 반도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월 반도체 수출액은 6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5% 떨어지며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로써 전체 수출 역시 4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SGI 브리프 보고서 '반도체 산업의 국내 경제 기여와 미래 발전전략'을 통해 반도체 수출 10% 감소가 국내 경제성장률 0.64%P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20% 감소할 경우 한국은행에서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1.7%)과 가까운 1.27%P 하락이 전망된다고 부연했다. 상황의 엄중함을 느낀 산업부는 지난 1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긴급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소미연 산업부 부장대우
소미연 산업부 부장대우

하지만 정작 반도체 산업 지원은 미진한 수준이다. 당장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선 비메모리 육성과 같은 지원책이 필수적이라는데 공감하면서도 여야가 다른 셈법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회에서 표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투자 적기를 놓칠 가능성은 커진다.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으로 불리기 때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4일 법안 상정을 예고했다. 이제 법안에 손을 들어줄 때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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