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계묘년이 밝아온다고 떠들썩했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1월의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좀 더 행복하기를 소망하던 사람들이 이제 일상으로 돌아오고, 가스비 폭탄과 물가 급등이란 현실을 체감하며, 올해도 지난해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에 한숨을 쉬고 있다.

서민의 삶은 여전히 궁핍하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선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아이 두 명에게 영어, 수학 사교육을 시키려면 120만 원에서 160만 원 정도를 매달 지출하여야 한다. 휴대전화 통신비와 아파트 관리비 등이 4인 가족이면 80-100만 원, 전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금리의 인상으로 인한 대출금 월 이자가 90-100만 원, 이 정도만 합해도 290만 원에서 360만 원이다. 연봉이 6000만 원이라 가정하면 세금, 보험료, 국민연금 등을 빼고 받는 400만 원 남짓으로는 40만 원 정도 남는 게 고작인데 이걸로는 교통비와 식비를 감당하기도 벅차다. 의복 구매니 명품 가방이니 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휴대전화를 새로 바꾼다든지,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이게 우리네 현실이다.

주택금융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 가구가 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살 때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2022년 3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14.6이라 한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는 소득의 54%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서울의 월평균 급여액이 408만2853원이니까 220만 원가량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쓰이는 것이다.

사교육비만 없앨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해 보지만, 주변을 보면 어떻게 보내는지 모두 학원을 보내기에 그럴 수도 없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23조 4천억 원으로 2015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0년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느낀 국민은 전체의 94.3%로 절대다수였다. 대부분 국민이 사교육비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남들이 다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자신의 자녀가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려고 사교육을 시키는데 모두 다 사교육을 하는 판국이니 이러한 희망은 애당초 이뤄지기조차 어렵다.

국민은 정부 대책 가운데 사교육비 경감효과를 큰 방안으로 EBS 활용정책을 꼽았지만, 사교육의 열풍으로 상위권 학생의 수가 늘어나자 정부는 변별력을 높인다고 EBS 강의의 수능연계율을 50%로 20%를 낮추었다. 정부는 철저히 학생들을 경쟁시켜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교육은 대학의 변별력 우선 정책에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 2023년 수능의 연계율은 국어·영어가 51.1%, 나머지가 50% 수준이었다고 한다. 교육부는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내신 비중을 높인다지만 이 역시 아이를 반드시 학원에 보내 내신대비 집중강의를 듣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뿐이다.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그런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도 걱정은 계속된다. 그 고생을 해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삶이 전혀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02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2021년 대학교·대학원 졸업생의 취업률이 67.7%라고 한다. 이것도 3년 만에 반등한 결과라고 한다. 여기에는 상급학교 진학자 3만7349명이 포함되어 있고,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졸업을 유예하는 대학생이 2022년에도 1만6000명이 넘는다는데 이 숫자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다.

취업해도 절반 가까이인 45.1%는 중소기업으로의 취직이고 중견기업이 7.7%, 비영리법인 16.9%, 기타 5.6%이며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공을 들이는 대기업에의 취업은 겨우 9.9%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 9.9%, 공공기관 및 공기업 4.9%였고 이들의 월 평균소득은 275만2000원이었다. 그나마 12월 31일 기준 취업 중이었던 2021년 2월 졸업자가 해 11개월 후 직장 취업자 자격을 유지하는 비율은 79.7%에 불과하다. 20%가 넘는 취업생이 여러 이유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는 그나마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들의 이야기다. 대학을 나와도 행복하기는 어렵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많은 것이 잘못되어 있다. 빈부격차도 중소기업 육성도 문제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이 시대 가장 큰 문제는 입시와 경쟁만 부추기는 우리의 교육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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