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까지 12조원 투자, 7000명 신규 채용 계획 발표
현실성 논란 넘어 진정성 의심…내부에선 긍정적 전망

서울 광화문 사옥. /사진=태광그룹
서울 광화문 사옥. /사진=태광그룹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태광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향후 10년간 12조원 투자, 7000명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지 19일로 한 달이 됐지만 자금 조달 계획이나 시행시점 등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없다. 이와 관련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요청한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에도 이렇다 할 답변을 주지 못했다. 트러스톤은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과거 투자 계획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태광그룹을 꼬집은 것도 트러스톤이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태광그룹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 계획에 대한 현실성 논란이 진정성마저 의심을 사게 했다는 지적에서다. 실제 태광그룹의 자금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태광산업도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6251억원에 불과하고, 분기 적자를 기록해 344억원의 영업손실을 안고 있다. 게다가 신규 채용 규모는 상식밖이다. 현재 그룹의 전 직원을 포함해도 7000명이 되지 않기 때문. 경제민주화시민연대에서 "태광산업의 투자는 다소 무리한 계획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밝힌 이유다.

결국 태광그룹의 투자 계획은 이호진 전 회장의 복권을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3년을 복역하고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다. 특정경제범죄법상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돼 복권 없이는 2026년까지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다. 공교롭게도 태광그룹의 투자 계획은 지난 연말 법무부의 특별사면 심사를 앞두고 발표됐다. 당시 이 전 회장이 특사 명단에서 제외되자 태광그룹의 투자 계획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 다시 한 번 물음표가 붙었다.

여기에 태광산업의 갈지자 행보도 의심을 키웠다. 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에 대한 지원(유상증자 참여) 계획을 '검토'에서 '철회'로 입장을 정리한 뒤 흥국화재 지분을 인수했다. 투자 차원이라는 태광산업의 주장과 달리 우회 지원에 나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지분 40.0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태광산업의 지분 인수 덕에 약 493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애초 흥국생명의 유상증자 참여에 반대한 트러스톤은 이 전 회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냈다. 흥국생명의 대주주인 이 전 회장이 책임져야 할 일을 소액주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 지분 56.3%를 보유하고 있다. 남은 지분도 사실상 오너 일가가 차지하고 있다. 대주주의 책임 회피 논란이 더해지면서 태광산업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은 상황이다. 태광산업은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잇단 우려와 비판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이 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그룹의 투자 계획과 맞물려 잿빛 전망을 낳고 있다는데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태광산업 측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이라며 인정하면서도 "내부에선 투자 계획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10년이라는 장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당장의 경제지표로 투자 계획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게 태광산업 측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단순하게 벌어오는 돈으로만 투자를 하는 게 아니다. 자금 마련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갖고 있다"면서 "다만 경쟁업체에 사업 전략과 같은 주요 부분들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섣불리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태광산업은 투자 계획과 방식을 구체화하는 데 내부 논의가 한창이다.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투자인 만큼 경제상황과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대응책도 함께 구상 중이다. 필요하다면 트러스톤의 요청대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관계자는 "주요주주의 요청은 당연히 신중하게 검토해서 대응해야 한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면서 "이번 설명회 요청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12월 19일 총 12조원의 투자 결정과 함께 오는 2032년까지 태광산업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섬유 부문에 약 10조원을 투입하고,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흥국증권·흥국자산운용에 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오너리스크로 정체됐던 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통 큰 투자다. 태광그룹은 "주력사업 강화와 기술 혁신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그룹의 재도약과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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