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간 당기순익 10% 사회공헌기금 출현
“올해도 취약차주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 지속”

정치권이 최근  예대금리차의 일부를 매년 서민금융진흥에서 운영하는 자활지원계정 기금에 강제출연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은행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왼쪽부터 시계방향) 본사 전경. / 사진 =박현군 기자
정치권이 최근  예대금리차의 일부를 매년 서민금융진흥에서 운영하는 자활지원계정 기금에 강제출연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은행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왼쪽부터 시계방향) 본사 전경. / 사진 =박현군 기자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최근 관치금융 논란이 일어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은행의 예대금리 차익 규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형배 의원(무소속)이 지난 11일 예대금리차익의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은행의 예대금리차익 일부의 서민금융진흥원 자활지원계정 출연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은 자신들이 거둬들인 예대금리차익을 연 2차례 이상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이를 근거로 매년 각 은행별로 예대금리차익의 0.3% 이하 범위 내에서 각출하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자활지원계정 기금에 출연하게 된다.

예대금리차익 확대,  “예금·대출 만기구조 차이로 인한 착시”

이와 관련 은행업계는 현안에 대한 오해들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억울한 면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먼저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의 과도한 예대금리차익에 대한 세간의 시각에 대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예금의 경우 금리의 적용은 1년 단위로 연간으로 적용되고 대출은 만기일에 따라 바로 산출하게 된다. 시장 원리에 따라 장기 예·적금과 대출은 금리가 높고 단기 상품은 금리가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단기 1년~3년의 단기 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추세다. 이 때문에 언 듯 보면 은행의 예대금리 수익이 과도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은행연합회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지난해 수신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적이 있었고 그 때 금융당국에서 자제요청을 하며 막은 적이 있었다”며 “더구나 지금의 예대금리차가 역대 최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 업권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은행권을 대상으로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

이후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연 5%금리를 제공하던 정기예금 금리가 연 4% 대로 내려왔고, 이 기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0월 빅스텝(0.5%p 인상)에 이어 11월에도 0.25%p 인상하면서 대출금리 인상을 유도해 왔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 당국과 정치권의 논리에 따르려면 기준금리가 인상돼도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수신금리도 높이라는 것인데 최근 국내 시장에서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칫 자금 조달이 막혀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은행권의 수신금리 급격한 인상은 국내 전체 금융 시스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스템은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며 “은행이 수신금리 경쟁에 과도하게 나설 경우 제2·3금융권에 자금이 수혈되지 않아서 금융산업 전체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사회공헌 실적, 재벌기업·글로벌 금융사보다 월등

또한 은행권은 금융의 공적 역할론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자발적으로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1일 발표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은행은 그간 금융의 공익성 실현을 위해 수익을 임직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와도 공유하는 데에도 앞장서 왔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최근 3년 간 매 년 1조원 이상을 사회공헌금액을 지출해 왔는데 이는 당기순이익 대비 8.2%에 달하는 것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출연금 3~4%보다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올 해 과도한 이익에 대해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까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취약차주·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금융위기와 연쇄부도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더 많다.

올해 사회공언 1순위는 취약차주·소상공인 부도 막는 것

은행권 관계자는 “취약차주·소상공인 등 대출 경계선 상에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커다란 사회공헌이기도 하지만 은행의 생존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지난 2020년 정부의 영업정지 장기화를 기점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연쇄부도 위기에 몰렸다. 이들의 연쇄부도가 현실화되지 않은 것은 금융권에서 대출상환을 계속 유예해주고 대출 이자를 일부 탕감하는 등 지원을 해 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의 영업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올 해 이들의 위험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 은행권의 시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취약차주·소상공인 등이 연쇄 도산하게 되면 결국 은행들도 부실대출 폭등으로 인해 부실화될 수 밖에 없고 이는 한국경제 전반으로 전염될 수 밖에 없다”며 “은행권에서 연초 취약차주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약속하는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정치권의 예대금리차익 규제 정책과 관련 “시중은행들은 올 해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사회와 함께 공존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과 사회공헌 지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나서는데 정치권에서 오해로 가득찬 시각으로 이같은 법안 등을 발의한다면 은행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의 모럴헤저드는 철저하게 규제하고 처벌해야 하지만 지금의 법안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적을 내려는 일종의 표퓰리즘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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