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조원 성장 기대 가상인간 시장, 성 상품화에 대한 잔걱정

[뉴스워치= 정호 기자] 영화 ‘블레이드 러너2049’ 속 여주인공 조이는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가상인간이다. 홀로그램을 통해서만 대화하고 볼 수 있지만 주인공 K를 걱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인간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헌신적인 조이의 모습에 오직 프로그램일 뿐인지 독립적인 인격인지 의문이 남을 정도다.

요즘 뮤직비디오, 광고, 게임 등 분야마다 등장하는 가상인간들의 모습 또한 사람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이를테면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로 나선 롯데홈쇼핑의 ‘루시’ ▲디지털싱글을 발매한 크래프톤의 ‘애나’ ▲뮤직비디오 조회수 600만 명을 돌파한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등이다. 가상인간은 게임, 유통업계를 넘어 애널리스트, 피팅 모델, 배우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가상인간의 장점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늘 따라다니는 음주운전, 학교폭력, 건강 악화 등 사생활 등 문제에 자유롭다는 것이다. 업무 일정과 활동 반경도 크게 제약받지 않는다는 것도 매력이다. 다른 분야의 업무에서도 장점을 갖췄다. 접객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감정 문제로 트러블이 발생할 염려가 적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에 따르면 가상인간 시장의 규모는 2030년까지 5275억8000만달러(약 65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가상인간 시장의 청사진과 반대로 영화 속 대우는 사뭇 다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조이와 같은 인공지능 가상인간 모델이 성 상품화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현실과 영화는 다르지만 가상인간 시장의 성장세 속에서 이 같은 기우가 사라지지 않는다.

가상인간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을 통해 제작된 챗봇 ‘이루다’는 한 때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이루다의 성소수자 및 장애인 등에 대한 비하 발언마저 더해지며 문제는 더욱 커졌다. 주요 원인은 유저들의 의도적인 악용이었다. 이루다는 2.0 버전으로 발전하며 이 문제를 제법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 악용 사례는 이루다의 사례뿐만 아니다. 다른 가상현실 캐릭터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딥페이크도 인공지능 기술의 이면을 보여준다. ‘딥페이크’는 한때 인공지능 기술인 딥 러닝을 활용해 동영상 속 인물 모습에 다른 얼굴을 입히는 기술이다. 아이돌을 비롯한 유명인의 얼굴은 물론 주변인 얼굴도 합성할 수 있어 악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지인을 상대로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공유한 이들이 재판받기도 했다. 헌법에 따르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 이면에는 다양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가상인간은 실제 사람이 아니기에 초상권도 보장받지 못하며 이를 활용한 성인물에 대한 뾰족한 제재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관련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저작권법 침해와 음란물 유포 혐의 중 처벌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아직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늘 비가 내리고 어두운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 디스토피아 세계는 현재보다 더 많은 기술이 발전했지만 인간성을 상징하는지도 모르겠다.

현실 속 가상인간은 이제 상용화가 될 정도로 발전했지만, 영화 속 어둡고 암울 분위기가 계속 연상된다. 영화는 그 영화 자체로 남길 바랄 뿐이다.

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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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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