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 써보고 푸드트럭서 먹방도…전시관 깜짝 방문
전시 기획 '동행→행동' 아이디어 제공, 파트너사 동행 주문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CES 2023' 참관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CES 개막 이틀 전 개최지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으나, 수행비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을 결정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틀에 걸친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게 되자 발길을 돌렸다. 화상 미팅으로 일정을 대신해오던 최 회장은 전시 이틀째인 지난 6일(현지시간) SK그룹 부스를 찾았다. 1998년 회장 취임 이후 첫 방문이다.
최 회장이 참관을 포기하지 않았던 CES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다. 1967년 처음 열린 이후 지금까지 56년간 테크 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나침판 역할을 해왔고, 전 세계 업체들이 신기술·신제품을 선보이는 경연장으로 무대를 넓혀왔다. SK그룹은 올해 탄소 감축을 위한 '행동'을 주제로 8개 계열사가 글로벌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해 40개에 이르는 친환경 기술 및 제품을 공개했다. 전시가 열린 나흘 동안 집계된 관람객 수가 3만명에 달한다고 SK 측은 9일 밝혔다.
최 회장도 다른 관람객들과 섞여서 부스를 관람했다. 계열사들의 탄소감축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그룹의 친환경 경영 비전에 힘을 실었고, 각 구역에 전시된 계열사 제품을 일일이 살폈다. 특히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 글래스(제로 글래스)'엔 높은 관심을 보였다. 본인이 직접 착용해보며 "실제로 얼마나 팔렸느냐", "아직 상용화가 덜 됐느냐"고 묻기도 했다. 제로 글래스는 뇌파나 심전도 같은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 기록·전송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 기기로, 올해 CES 혁신상을 받았다.
재계에선 SK바이오팜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이끌 핵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실제 최 회장이 강조하는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육성 산업의 하나가 바이오인데다 현재 장녀 윤정 씨가 수석매니저로 몸담고 있는 있는 계열사다. 또 SK바이오팜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윤정 씨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추진 현황에 최 회장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이외 SK E&S와 미국 플러그파워가 합작한 수소전지와 관련 "홍보가 잘 되느냐"고 물어보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앞서 SK E&S는 플러그파워와 친환경 수소 합작사인 'SK플러그하이버스'를 설립하고 아시아 시장 수소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수소 역시 BBC와 함께 SK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체질개선을 이끌 핵심 분야로 꼽힌다.
부스 투어를 마친 최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SK㈜가 야외 전시장에 마련한 '지속가능식품' 푸드트럭으로 향했다. 대체 유단백질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고선 "맛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이 아이스크림은 SK㈜가 투자한 미국 푸드테크 기업 퍼펙트데이에서 만들었다. SK㈜는 지난해 열린 'CES 2022'에 이어 'CES 2023'에도 지속가능식품을 활용한 체험용 푸드트럭을 운영한 유일한 기업으로 관람객들의 기억에 남게 됐다.
최 회장은 이번 전시에 "상당히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탄소 감축에 대한 SK그룹의 고민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는 의미다. 그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한 뒤 "듣던 대로 규모가 상당히 크다. 여러 회사들의 다양한 기술과 콘셉트를 직접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SK그룹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2억t)를 줄인다는 로드맵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넷제로'를 주제로 삼고 '함께 하자'는 의미를 피력했다.
SK그룹이 CES에서 연이어 탄소 감축의 메시지를 전달한 데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시 테마를 지난해 '동행'에서 올해 '행동'으로 앞뒤 글자를 바꿔 제시한 것은 최 회장의 아이디어라는 전언이다. 현지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올해 CES를 기획할 당시엔 제품 중심으로 고려했으나, 최 회장이 메시지로 가자고 하면서 Co2(이산화탄소)를 직접 건드리자고 했다"면서 "최 회장이 전시관에 SK만 하지 말고 파트너사 모두 이름을 넣고 '같이 만들어간다'는 개념으로 준비해라고 했다"며 후일담을 공개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