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일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중대선거구제 제안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41조는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하고,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헌법의 위임을 근거로 제21조와 제25조에 국회의원 선거구에 관해 규정하고 있고, 선거구 하나하나의 목록은 공직선거법 별표(別表)에 규정하고 있다. 보통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 별표를 개정함으로써 선거구를 신설하거나 개정, 혹은 폐지한다. 따라서 선거구제 개편의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중대선거구제는 다수 지역구를 1개로 묶어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1개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 후보 1명을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2등 이하에게도 당선의 길이 열린다. 중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하에서 다량 발생하는 사표(死票)를 줄이고 거대양당 중심의 극심한 영·호남 지역주의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선거 분위기 혹은 바람에 의해 한 정당이 거대 의석수를 확보해 국정을 농단할 가능성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다 득표자가 아닌 당선자도 배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역 대표성을 흐리게 된다는 문제가 있으며, 선거구의 범위가 커지기 때문에 기존 유력 정치인의 인지도 경쟁의 장이 되거나 파벌 정치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는 중대선거구와 관련하여 여러 논의를 벌이고 있으나 4월 10일인 선거구 획정 법정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고,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 정치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으며 여기에 의원마다 당마다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엇갈리고 있어 비교적 쉬운 절차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그냥 문제 제기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선거구제의 개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문화 시대의 여러 사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의 개정 문제이다. 다문화 제도의 개선은 헌법적 수준에서부터 지방정부 수준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나, 모든 법의 상위법인 헌법이 다문화 시대의 여러 사정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전문의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나 제69조의 “…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 등은 우리의 단일민족성을 표방하는 규정으로 보인다. 이를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흐름을 반영하는 쪽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인 기본권과 다문화가정 및 아동의 보호 규정 신설 등과 같은 문구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5년 이후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한 신생 독립국들의 헌법과 마찬가지로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다. 그러나 국제이주의 보편화와 급속히 변화하는 한국의 다문화사회로의 변모는 이러한 민족주의적 경향의 헌법만으로는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2장의 제목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고, 기본권 규정은 ‘모든 국민’이 이러 이러한 기본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헌법은 형식적으로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 즉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모든 개인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외국 국적자, 무국적자 및 이중 국적자를 포함하는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국민’ 또는 국민과 유사한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지만 기왕이면 이를 인간의 권리로 확대하여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전문과 제9조가 ‘민족의 단결’과 ‘민족문화의 창달’을 국가적 의무로 강조하는 등 민족주의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국민의 단결, 한국문화의 창달로 표현을 바꿀 필요도 있다.

박성호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한국 헌법의 개정은 국회의 의결을 거쳐 다시 국민투표에 붙이게 되어 있는, 경성헌법 중에서도 고강도(高强度)의 경성헌법에 속하여 헌법의 개정이나 수정이 매우 어렵다. 물론, 다문화 환경에 맞춰 헌법의 해석을 적극적으로 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점들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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