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새해가 밝았다. 3년 만에 보신각의 타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를 보는 사람들의 감회는 남다르게 보인다. 계묘년인 올해는 육십 간지의 40번째로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이다.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관장한다고 하는데 토끼는 영민함의 상징이므로 올해는 지혜롭고 영민한 한 해가 될 것이라 기대가 많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들리는 소리는 심상치 않다. 북한의 실권자 김정은은 자신이 행해온 핵 위협은 생각하지 않은 채 남측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핵 위협을 강조하여, 종전이니 남북 화해니 하는 그간 보여주었던 일련의 제스처가 모두 허위였음을 실토하였다. 2022년 대한민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 달러(약 60조 원)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은 연하장을 통해 현 정부를 비방하여 빈축을 사기도 했고 불행하게도 세계 경제의 전망이 어렵다는 예측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보면 새해 서민의 삶은 힘들어질 확률이 높은 것 같다. 벌써 전기·가스 등 에너지 관련 요금이 인상된다고 한다. 가스요금은 좀 늦게 올리겠다고 하지만 곧 올리겠다는 뜻은 확고해 보인다. 게다가 서울 지하철과 버스요금의 인상도 뒤따를 전망이다, 에너지와 교통요금은 서민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이들의 인상은 5%를 넘는 고물가로 쪼들리고 있는 서민의 삶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에너지와 교통요금과 같은 기본적인 물가의 인상은 여타 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기업은 인원을 감축하고 제품의 가격을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실업의 증가와 빈곤의 악순환을 조장하고 서민의 고통을 증가시킨다. 벌써 은행권의 희망퇴직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수천 명의 은행원이 짐을 싸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새해에는 유통기한 대신에 소비기한이 도입된다고 한다. 기존의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이지만 소비기한은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먹어도 이상이 없는 기한을 의미한다. 때문에,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은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올 1년간은 계도기간이라 기업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중에 선택해서 표기할 수 있는데 식품을 살 때, 소비기한을 유통기한으로 오해하고 먹게 되면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9천620원,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시간당 1만1,544원이 되어 주 40시간 일할 경우의 월급이 201만 원이 된다.

만 0세 아동이 있는 부모에게는 월 70만 원, 1세 부모에게는 월 35만 원이 지급되는 부모급여와 국공립대에 이어 사립대학교의 입학금이 전면 폐지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소식에 무게 추가 더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간 물가인상을 대비한다며 부지런히 올렸던 금리도 더 오를 전망이다. 세계 경기 위축으로 수출이 흔들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중국발 악재가 터지면서 내수 역시 침체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에 그칠 것이라 예상한다. 여기에 서민 고통을 가중하는 고물가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경기 하강 국면에서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일자리도 늘어날 것 같지 않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게다가 장기 저금리 시대가 남긴 가계부채와 자영업·취약계층의 부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영끌족의 연쇄 도산 등 우리 경제의 위험 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공공요금의 인상 요인 해소나 부동산 가격의 폭등 등 위험 요소가 있을 때마다 경제 정책을 탄력 있게 운용하고, 가격도 올리거나 내리는 등 해야 했는데, 지난 정부 내내 방만한 경제 정책으로 일관한 탓에 우리 경제는 상당한 부담을 한꺼번에 치러야 하는 모양새다.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이다.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아 위기에 대비한다는 말이 있다. 그중에서도 지혜로운 검은 토끼이니만큼, 서민의 불안을 극복하게 할 정부의 지혜로운 정책 운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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