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일본에서는 연말이 되면 한해를 마감하는 다양한 행사를 벌입니다. 매해 12월 1일에. 1년간 화제가 된 사건이나 발언, 가장 많이 언급된 유행어 중에서 그 해를 대표하는 말을 선정하는 「2022 유캔(U-can) 신어・유행어 대상(ユーキャン新語・流行語大賞)」 수상식도 그중 하나입니다. 올해는 30개의 단어가 노미네이트되었고, 그중 상위 10개가 선정되었습니다. 상위 10위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은 「무라가미사마(村神様)」라는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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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가미사마(村神様)」는 일본프로야구 도쿄 야쿠르트(ヤクルト) 스왈로스의 내야수 ‘무라카미 무네타카(村上宗隆)’선수에게 팬들이 붙인 애칭으로 그는 올해 타율 0.318, 56홈런, 134타점을 기록해 역대 최연소 타격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프로 5년째를 맞이하는 2022시즌 무라카미는 일본프로야구 정규리그 마지막 날 홈런 56호를 때려내 역대 일본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이건 1964년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기록한 55개의 홈런을 뛰어넘는 것으로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58년 만에 갈아치우면서 일본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꿨습니다. 그런 무라카미를 향해 팬들은 애정을 가득 담아 「무라가미사마(村神様)」라고 불렀습니다. 신을 ‘카미사마(神様)’라고 하는데 그의 이름이 무라카미이니 그의 이름에 임을 뜻하는 ‘사마(무라, 様)’를 붙여 「무라가미사마(村神様)」로 부르는 거죠. 괴물 신인 무라카미는 그렇게 야구의 신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사실 일본은 축구보다는 야구를 더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영향이 크다고 보이는데, 고교야구의 인기는 지금도 엄청납니다. 지역마다 프로야구단이 있고 그 지역 사람들은 지역에 근거지를 둔 야구단을 정말 열심히 응원하는데 요미우리의 자이언츠, 일명 쿄진(巨人, 거인)은 가장 강력한 우승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열성 팬을 지닌 것은 오사카의 한신 타이거스입니다. 늘 성적은 꼴찌이지만 언젠가는 우승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한신 팬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들은 한신의 우승보다는 한신 팬이라는 자부심이 더욱 강한 것 같습니다.

이번 상위 10위에는 야구 관련 용어가 하나 더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여우 댄스(きつねダンス)」입니다. 홋카이도에 연고를 둔 일본 햄 야구팀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여우를 이용해 치어리더들이 여우 헤어밴드를 하고 여우 포즈의 춤을 추는 여우 댄스, 일명 키츠네 댄스가 올해 엄청 인기를 끌었습니다. 야구보다는 이 춤을 보려고 일본 햄 경기를 보러 간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유행어란 일정한 시기,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말로 「유캔(U-can) 신어・유행어 대상」선정은 1984년, 자유국민사(自由国民社)라는 출판사가 시작한 행사입니다. 그해 유행어를 보면 그 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어떤 일에 주목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톱텐에 들어간 단어들에는 ‘아베 암살’과 관련된 단어가 두 개나 들어있었습니다. ‘국장의(国葬儀)’와 ‘종교 2세(宗教2世)’입니다. ‘종교 2세’는 종교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서 아베를 암살했다고 주장하는 아베 암살범처럼, 특정 종교에 심취한 가정에 태어난 자녀들이 그 종교로 인해 받는 고통을 세상에 고발하는 용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단어는 ‘나쁜 엔저’(와루이 엔야수, 悪い円安)입니다. 나쁜 엔저는 일본경제에 전환점이 된 2022년의 상징하는 말입니다. 자동차 전기제품 등 수출에서 무역흑자를 보던 일본이 2022년에 과거 최대의 무역적자를 보았습니다. 2022년은 게다가 공전의 물가상승으로 디플레에서 인플레로 전환이 된 해이기도 합니다. 제2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82년이래, 실로 4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물가가 상승했습니다. 거기에 GDP는 4년 만에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는 등 일본인이 2022년에 경험한 삶이 녹녹하지 않았음을 이러한 올해의 키워드로도 알 수 있습니다. 부디 돌아오는 2023년은 행복한 키워드가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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