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바쁜 현대인들에게 뉴스는 흘러가는 소식과 같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뉴스가 나와도 놓칠 가능성이 있다. <뉴스워치>에서는 이번 주에 지나간 뉴스 중 지나칠 수 있는 정보를 상기하고자 기획 코너 [Re워치뉴스]를 마련했다.

[뉴스워치= 정호 기자] 계속 높아지는 물가와 금리에 대한 불안이 일파만파 퍼져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불안 속에 촉발된 겨울 속 증권사 구조조정 확산 ·미분양 속출·투자 위축 등 경제 '한파' 속에서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몇몇 기업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향후 어떤 성장의 발판을 만들지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어떤 사업들이 기업들에 새로운 활로를 마련해줄지 살펴봤다.


◆ 미래 먹거리 찾아 사업구조 바꾼다…재계 관심은

LG그룹이 전장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LG전자
LG그룹이 전장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LG전자

국내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직면한 경영 위기에 신사업을 돌파구로 삼았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위기 극복은 물론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중동 출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정기 임원인사 발표 연기 등 그룹 총수들의 최근 행보는 신사업 육성에 대한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조직 및 사업 구조 개편까지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사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목을 끌고 있는 분야는 바이오다.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수석매니저(부장급)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절대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실린 것이다. 지난 5월 미국의 디지털 치료제 기업인 ‘칼라헬스’에 SK바이오팜의 투자 결정을 이끌어낸 공로자가 바로 최 매니저다.

SK바이오팜은 그룹의 바이오 핵심 성장 동력으로, 국내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를 내준 신약 2종을 보유했다. 생물학을 전공한 최 매니저는 5년 전 입사해 현재 전략투자팀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취임 이후 체질개선에 집중해왔다. 그룹의 상징성을 가졌던 스마트폰 사업을 26년 만에 철수했고,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전장 사업을 다시 그룹 전면에 내세우는 과감한 결정이 눈길을 끌었다. 전장 사업은 구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와 함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그룹 안팎에서도 전장 사업에 대한 고무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첫 흑자 기록에 이어 수주잔고 합계가 연말 1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주잔고는 미래 실적으로 연결돼 사업의 가능성을 점치는 데 주요 지표가 된다. 현재 그룹의 전장 사업은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3사를 축으로 진행되는데 각각 84조원, 13조원, 10조원가량의 수주를 달성해 전년 대비 32%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한화그룹도 태양광, UAM(도심항공교통) 사업과 함께 방산 분야의 파이를 넒히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디펜스에 이어 내년 3월 한화방산(㈜한화 방산부문)을 합병에 나서고, 본계약 체결을 앞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건이 마무리되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업체로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한화그룹의 각오는 남다르다. 14년만의 재도전에서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 된 한화는 탄약, 엔진, 관제시스템 등에 이은 특수선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10대 방산기업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올려놓겠다고 새 목표를 밝혔다.

◆ 새로운 먹거리·ESG 일거양득 수소, 건설사 ‘초집중’

회색 수소는 전환 과정 중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기에 친환경이라는 의미에 부합하지 않았다./사진=픽사베이
회색 수소는 전환 과정 중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기에 친환경이라는 의미에 부합하지 않았다./사진=픽사베이

건설업계가 친환경 에너지로 가치를 키워나가는 수소를 잡기 위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수소는 가스 상태로 저장과 운반이 어렵다는 단점을 지녔다. 이 난제에 건설업계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운반 방법을 고안했으며, 신사업을 챙기는 동시에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GS건설, SK에코플랜트,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판으로 ‘수소’에 주목하며 업무협약을 확대하고 있다. 수소는 분리 방식에 따라 회색·청색·녹색으로 나뉜다.

회색 수소는 화석 연료에서 분리된 수증기를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환 과정 중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기에 친환경이라는 의미에 부합하지 않았다.

반면 이 기술에 더해 이산화탄소를 모아 다시 가두는 방식을 청색 수소.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은 녹색 수소라고 부른다. 두 방법 모두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각광 받으며 그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GS건설은 ‘암모니아 기반 저탄소 수소 생산 및 활용 기술 개발’을 위해 대기오염 방지 기업 에코프로에이치엔과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암모니아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기술을 공동개발하기 위해서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운반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질소와 수소 혼합물인 암모니아는 기존에는 비료나 요소수의 용도로 사용됐지만, 수송이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췄다. 암모니아가 액화 온도가 낮기에 운반 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성과 장거리 운송에 따른 부담을 줄인다. 친환경적으로도 화석원료를 대체하기에 의미에 부합한다.

다만, 암모니아와 수소를 분해하는 과정 중에서 이용되는 에너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수소를 생산할 때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를 석탄에너지를 활용할 것인지, 풍력과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일지에 따른 선택지다.

SK에코플랜트는 한국남부발전(이하 남부발전)과 손잡고 국내 외 녹색 수소 및 녹색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사업모델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목표는 생산 사업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 협력 및 실증사업 추진이다.

SK에코플랜트는 수소를 분리할 때 풍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방식을 추구한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연료전지,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솔루션을 확보해 밸류체인을 구축한 바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원자력을 이용한 청정수소 사업을 목표로 삼았다. 삼성엔지니어링 울진군과 ‘원자력 청정수소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의 골자는 원자력 활용 청정수소 수전해 등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

다만, 수소 전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비용의 증가를 얘기한다. 청색 단계부터 불거지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녹색 단계의 전기 생산을 위한 동력확보가 문제 시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탈 원자력·화석연료 분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LNG가스’ 불안 등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라며 “국내 수소 생산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서부터 시작했기에 향후 시장 확장을 위한 밑바탕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친환경 에너지가 2030년 20%까지 대체된다는 글로벌 전망에 따라 향후 국내서 생산된 수소의 수요와 수출 시장이 확보된다면 단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식품업계, 해외 인지도·기술력 앞세워 ‘바이오산업’ 발 넓힌다

오리온과 CJ제일제당은 바이오 분야를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오리온과 CJ제일제당은 바이오 분야를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식품업계가 미래 먹거리 바이오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중이다. 최근 흐름을 보면 기존에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다른 분야 시장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오리온과 CJ제일제당은 바이오 분야를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9일 식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식품업계는 각 사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 바이오산업에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오랜 활동을 통해 얻은 안전성과 제약과 관련된 기술이다.

오리온그룹은 제과 중심 사업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 2018년 음료, 간편대용식, 바이오 3대 사업을 추진했다. 2020년도에 바이오 사업에 나서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했다. 중국에서의 30년 동안 쌓은 입지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을 구상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술이 중국 내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해 이를 바탕으로 노하우와 기술력을 축적할 계획”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신약을 자체 개발해 생산하는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준비단계로 오리온그룹은 지난 2020년 10월 중국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합자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3월 합자 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이하 산둥루캉하오리요우) 설립을 마쳤다. 이를 통해 암 체외진단 키트, 결핵백신 개발, 치과 질환 치료제 등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산업을 Green, White, Red 바이오 3단계로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Green 바이오는 미생물을 활용한 사료용 아미노산, White 바이오는 친환경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HA), Red 바이오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사업이다. 특히 Red 바이오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약 800억 달러에서 2023년 약 11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Red 바이오 분야로 CJ제일제당의 발효 기술을 미생물 바이오 분야에 접목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장·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여러 의료기관과 협업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후보를 발굴을 위해 신약 개발이 진행 중이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사업 경험으로 진단 및 맞춤형 헬스케어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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