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일본 정부는 10월 11일부터 1일 5만 명으로 제한했던 입국자 제한을 없애고 무비자로 일본에 개인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습니다. 일본 이외의 국가라면 쿠브(coov)앱 큐알코드만 있으면 되는데, 일본을 방문하려면 10월 11일부터는 출국 전에 〈Visit Japan Web〉에 3차 접종 서류 및 여권 정보 등을 등록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전에 일본방문용 영문 코로나음성확인증 등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간단해진 겁니다.

Visit Japan Web 서비스
Visit Japan Web 서비스

Visit Japan Web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등록하면 입국심사대에서 코로나검사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Visit Japan Web에 등록하지 못했다고 입국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공항 직원에서 받은 웹에 자료들을 올리면 되는데, 나름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도 3차 접종 확인증을 또 확인하고 예전처럼 지문과 사진등록절차는 진행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입국 시에는 쿠브(coov)앱만 보여주면 되어 엄청나게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출국 때에는 입국할 때와 달리 대면서류 심사 하나 없이 여권을 자동화 기계에 스캔하는 거로 출국 수속이 끝났습니다. 아니 뭐 이렇게 ‘간단하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인터넷으로 서류를 신청하고 받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집에 인터넷이 없는 집도 있습니다. 그러니 일괄적으로 우리처럼 코로나 앱을 깔게 하고 큐알코드로 접종상황을 확인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코로나 접종 안내도 휴대폰 전용 앱이 아닌 우편으로 보내고 그걸 다시 공무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3차 접종부터는 그래도 인터넷접수가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동화는 우리보다 일본이 훨씬 더 발달했던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며 빔 벤다스의 1985년작 東京画(Tokyo-Ga)(1985)가 떠올랐습니다. 빔 벤다스는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 《동경이야기》에 묘사된 아련한 일본을 찾아 도쿄에 왔지만 눈 앞에 펼쳐진 도쿄는 오즈의 영화와 완전 달랐습니다. 그가 카메라로 담은 도쿄는 겨우 몸 하나 들어가는 캡슐 호텔, 동전만 넣으면 자동으로 연주되는 가라오케와 자판기, 수많은 텔레비전과 자동 슬롯머신 등 입고 자고 노는 문화가 그야말로 비대면이거나 자동화로 이루어진 세상이었습니다. 무인 편의점이 등장한 것도 일본이 먼저였고, 비대면으로 식권을 구매하여 식사하는 식당, 손으로 밀지 않아도 문이 열리는 자동문과 손만 대면 물과 비누가 나오는 세면대, 비대 등 자동으로 뭔가가 이루어지는 기술이 생활 전반에 존재했었습니다. 이런 일본의 자동화 기술은 1990년을 기점으로 멈춘 것 같습니다.

이번에 3년 만에 일본을 방문하면서 나름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거의 신용카드 거래가 없던 일본에서 신용카드 사용자도 늘었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계산원이 물건값을 계산하면 직접 현금이나 카드를 자동화 기계에 직접 투입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지하철이나 전철을 탈 때 대부분 사람이 현금으로 표를 구매했었는데, 이제는 그나마 80% 이상이 교통카드(交通系ICカード)를 사용하고 있어서 좀 놀라웠습니다.

일본의 현재 시스템을 보고 일본 자동화 기술은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텅 빈 나리타공항과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가게들을 보며 씁쓸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 걱정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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