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빈곤 포르노. 생전 처음 들어봤다. ‘빈곤 포르노’라는 말은 영국 언론 더타임스 칼럼니스트 앨리스 마일즈가 2008년 개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비판하면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인도의 가난을 오락거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빈곤 프르노 라는 단어는 원래 ‘가난의 오락거리’ 라고 표현된 용어라 할 수 있겠다. 그 이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빈곤 포르노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적절하게 타인의 가난과 비참함을 재현하는 방식을 일컫는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우리가 이렇게 뜻도 모르고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을 만큼 사회에서 통용되지도 않는 단어를 사전을 찾아 봐가며 그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국회의원이 영부인을 보고 외교 활동에 대한 비판으로 이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언어사용은 어때야 할까. 고등교육을 받은 일반 대중들이 알아듣기 쉽고 편하게 써야 한다. 중학생이 들었을 때 알 수 있을 정도로 쓰는 것이 대중 스피치의 기본이다. 우리가 스피치의 대가로 알고 있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나 케네디 대통령은 어렵고 학문적인 용어를 쓰지 않는다. 한국인 사이에서도 유명한 마틴 루터 킹의 ‘I have a dream’ 연설도 전혀 어려운 용어나 문장이 아니다. 정치인의 언어는 공감의 언어다.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쉽고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의 감정을 최대한 전달하도록 그래서 설득하는 말하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다. 어쩌면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쉽게 말하면서 나의 주장을 설득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은 결국은 공감을 일으키는 일이고 그것이 정치의 언어다. ‘너네 이런 단어 처음 들어봤지? 내가 정말 잘났지?’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자극적인 말하기의 유혹에 쉽게 굴복한다. 자극적이어야 언론에 노출되고 대중에게도 전달되고 나의 존재감을 인정받는다고 여긴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개인 SNS가 워낙 발달 되었고, 인터넷 포털에 뜨는 언론의 수도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났다. 즉, 개인 페이스북에 자극적인 몇 줄만 써대면 바로 언론에 노출되고 유명세를 탈 수 있다. 자신을 알리는 일이 본업인 정치인에게는 굉장히 자극적인 유혹이다. 이번 빈곤포르노 발언을 한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바로이 유혹이 굴복한 대표적 사례다. 본인이 비판하고 지적하고 싶은 사안에 대해 어떻게 하면 언론과 대중에 최대한 알리고 이슈몰이를 할 수 있을까 고민 한 끝에 찾아낸 단어가 ‘빈곤 포르노’ 다. ‘포르노’라는 단어가 자극적인 이슈가 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면 그 또한 그는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장경태 의원은 성공했다. 적어도 하루 이틀은 모든 언론이 ‘포르노’라는 단어로 도배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가리는 일에도 일부 기여했다. 그러자 전 국민의 힘 대표 이준석이 ‘포르노’라는 단어에 발끈하는 여당 사람들은 이성을 찾자라며, 이는 오랜 논쟁의 단어이고 이것을 몰라서 여러분들이 발끈하는 것이라 했다. ‘무식한 대중들’ 이라는 인식이 깔린 이 발언은 장경태 의원의 발언보다 더 최악이었다. 정치인들은 언어의 ‘사회성’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언어에는 그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사회성’ 이라는 특성이 있다. 그 언어가 특정 사회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보다 정치인에게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컨대, 경남 지방에서는 ‘영감’ 이라는 단어가 구수한 통속적 의미로 쓰이지만 서울 경기에서는 전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그런데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가 장인어른을 일컬어 ‘영감’ 이라 불렀다가 서울 경기 지역민들에게 큰 오해를 산 적이 있다. 언어는 이렇게 사회적인 산물인 것이다.

장경태 의원은 절대 이러한 언어의 사회적 특성을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백분 활용했다 하겠다. 그리고 이준석 전대표는 이러한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알면서 장경태 의원을 옹호했다면 그는 정치계를 떠나야 할 수준이다. 정치인이 대중의 공감대와 멀어진다면 그에게 정치를 꼭 해야 할 이유가 과연 남을까? 대중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전략을 아무리 잘 짠 들, 토론을 아무리 잘 한 들 무슨 소용이 있나. 대중과 공감하고 그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문제는 정치인에게 기본기다. 그 기본기 위에 스킬도 있는 것이지, 기본이 안 되어 있는데 스킬만 잘 부리면 그것은 정치가가 아닌 정치꾼이다. 아무리 AI 시대가 도래해도 절대 컴퓨터가 못 하는 영역이 바로 정치라고 했다. 미래의 정치가들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심장을 절대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