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희 회장, 화약산업 일으켜 국가 재건 이바지
'사업보국' 창업 이념, 그룹 핵심 철학으로 승계돼
김승연 회장 "가슴 속에 저마다 불꽃을 담아가길"

한화그룹의 창업주인 현암 김종희 선대 회장. 오는 12일은 현암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의 창업주인 현암 김종희 선대 회장. 오는 12일은 현암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사진=한화그룹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한화그룹 오너 일가가 총출동했다. 현암 김종희 선대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그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10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기념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기념식에는 오너 일가 외에도 그룹 원로와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및 신임 임원을 포함한 내외빈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승연 회장은 "현암 회장님의 불굴의 도전과 선구자적 혜안이 있었기에 세계 속에 우뚝 선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었다"며, 기념식을 포함한 일련의 행사를 통해 "내일을 위한 지혜와 용기를 얻고 모두가 가슴 속에 저마다의 불꽃을 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꽃, 더 큰 빛이 되다'가 이날 기념식의 슬로건이다.

현암은 한화의 전신인 한국화약의 창업자다. 사업보국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화약산업에 투신해 다이너마이트 국산화를 이뤄냈다. 이로써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의 재건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노벨'이 그의 별칭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뿐만아니다. 현암은 기간산업에 매진해 대한민국이 중공업을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는 초석을 마련했다. 육영사업가로서 북일고등학교를 세웠고, 민간외교관으로서 미국과 그리스 등 돈독한 외교관계를 쌓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북일고 초대 사무국장이었던 류성우 고문은 육영사업에 대한 현암의 진심과 깊은 책임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왔다는 점을 설명하며 선각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현암의 사업보국 창업 이념은 장남인 김승연 회장에게 이어져 그룹의 핵심 철학으로 자리잡았다. 한화그룹은 기존의 방산 및 석유화학에 더해 금융, 유통 등 고객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영역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우주 산업 등 미래 사업에 이르기까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은 '함께 멀리'의 사회공헌 철학으로 진화했다. 교향악축제, 맑은학교 만들기, 태양의 숲 등이 그 사례다.

한화그룹은 오는 12일 현암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선대 회장의 사업보국 정신과 불굴의 도전정신을 재조명하는 데 힘써왔다. 현암의 일대기를 다룬 기념서적 '불꽃, 더 큰 빛으로'가 다음날 출간되고, 삶과 업적을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재구성한 전시회가 내달 17일까지 한화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념서적의 헌정식은 기념식을 통해 진행됐다. 

관심을 모았던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현암의 차남으로, 김승연 회장과 약 3년간 재산 분쟁을 벌였다. 두 형제는 1995년 재산 분할에 합의한 뒤 그해 모친 강태영 여사의 칠순 잔치에서 화해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서먹하게 지냈다. 결혼과 장례 같은 가족 행사 외에는 왕래가 드물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김호연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기념식 불참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그룹의 경영 승계 구도는 사실상 완성됐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에너지·석유화학 등 주력사업과 그룹 전반을 총괄한다. 차남 김동원 부사장과 삼남 김동선 전무는 각각 금융, 유통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동선 전무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조직 개편에서 기존 신사업전략실과 기획·인사 등의 업무를 통합한 전략본부를 맡게됐다. 갤러리아 경영 전반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셈. 이로써 그룹 내 유통은 김동선 전무의 몫으로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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