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각급 학교의 기말고사 기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의 기말고사는 대입과 연결되는 행사이기에 학생들의 마음은 벌써 무겁다. 학원들은 기말고사 맞춤형 강좌를 마련하여 학생들을 유혹하고 학부모들은 학원비 걱정에 마음이 쓰인다. 그런데 교육의 효과 측면에서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통해 어떤 능력이 얼마큼 개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래의 학업성취, 직무수행능력을 예측해주는 지수로 우리는 흔히 지능지수를 말한다. 그러나 직업적인 성취를 내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IQ보다 창의성(creativity)과 더욱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 소위 천재라 불리었던 사람들이 성장해서 모두 저명한 인사가 되진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보통수준의 IQ를 지닌 사람들도 자신의 분야에서 높은 성취를 보이는 사례도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D. Shaffer(1999)는 자기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고, 발산적 사고방식을 즐겨 사용하며, 도전의식과 자기 확신,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그리고 여기에 지지적인 환경이 함께한다면, 비록 보통의 IQ를 가졌을지라도 충분히 자기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이 과연 창의성을 키워주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너무나 금방 아니라는 답을 내놓게 한다. 창의성이란 하나의 문제에 대해 하나의 정답이 있는 수렴적 사고보다는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생성해 내는 발산적 사고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먼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은 생각을 한다. 또한,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기보다 좀 이단적이고 매우 호기심이 강하며 융통성이 있다.

학교에서의 학습성취도는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평가된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시험문제는 항상 단답식 해답을 전제한다. 애매하고 정답이 두 개 이상 나오는 문제는 도외시되고 때론,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학습도 단답형 사고방식에 길든다. 대학 입시 제도를 개선할 때마다 창의적 사고에 중점을 둔다고 했지만, 혹여 어떤 학생이 대학 입시나 학교 시험에서 창의적 사고력을 발휘하면 그 학생은 100% 입시에서 낙방하거나 내신성적이 하위 등급으로 내려간다.

심지어 수학이나 과학도 복잡한 논리와 수식으로 치장하고 있지만, 조건과 제한을 통해서 답이 하나밖에 나올 수 없게 만든다. 암기과목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교사들은 문제를 비틀고 교과서 외부에서 지문을 끌어오고 지엽적인 문제를 출제하여 아이들의 등급을 나누려 한다.

그러다 보니 신나는 것은 학원이다. 곧 기말고사 시기가 도래한다, 학원으로선 이 시기가 수익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학교별 맞춤형 강의를 개설하여 수강생을 모으고 학원비를 챙긴다. 학원은 하나의 정답을 암기시키기 위해 또 한 번 학생들에게 비 창의적 훈련을 시킨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면 그들은 서술형 시험을 싫어한다. 객관식이나 단답형 사고에 길이 들은 그들에게 서술형은 어색하기 때문이다.

시험은 단순해 보이지만 교육목적의 달성과 인재양성에 있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경쟁과 입시에 올인하는 한국의 교육에선 이 중요한 수단을 포기해야만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수능이나 기말고사 등에 복수의 정답이나 정답을 끌어내는 과정을 평가하는 문제를 내기는 불가능하다.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 소지가 될 문제는 피하려 한다. 그래서 시험을 대비하는 전 과정에서도 창의적 사고는 개발되기 어렵다.

그런데, 사람이 하나의 정답에 길들면 최선만을 추구하게 되어 집도 좋은 위치를, 직장도 대기업을, 학교도 일류대학을, 축제도 사람 많은 번잡한 곳을 선호한다. 잘 안되면 그 불행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정치인이 하나의 정답에 길들면 오만해지고 집단의 이익에 따라 자기들만의 정답을 고집하여 정쟁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휩싸이게 된다. 물론 고생하는 것은 국민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행의 씨앗을 싹틔우고 키우는 곳은 학생의 창의적 사고를 막고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고 있는 분야인 교육이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인생엔 정답이 없다. 삶을 살아가노라면 정답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배우는 장인 학교에서, 창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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