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10월 24일은 유엔데이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10월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제연합이 조직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지금은 별로 기념하는 것 같지도 않게 넘어가고 있지만, 예전에 이날은 엄연한 공휴일이었다. 유엔데이는 1950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국민에게 10월의 즐거움을 주었으나 1976년 국군의 날이 공휴일로 되고 또 북한이 국제연합 산하 기구에 가입하면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6·25전쟁 때 북한군의 기습공격에 밀려 후퇴를 거듭하던 남한은 국제연합군이 참전을 계기로 반격을 가하여 거의 통일을 이룰 뻔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참전으로 또다시 밀려 현재의 휴전선을 경계로 남과 북은 휴전협정에 조인하였고 지금 우리는 휴전 중인 국가의 국민으로 살고 있다. 유엔의 참전이 없었다면 한국은 공산국가로 북한의 행로를 그대로 따라 밟았을 것이니 참으로 끔찍하다. 그래서 유엔데이는 한국에겐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한국 전쟁 때 국제연합은 참전을 결정하여 많은 국가의 병사들이 이 땅에 와서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워 주었다. 당시 전투 지원을 해준 국가는 미국, 영국(아일랜드 포함),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수리남 포함),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에티오피아,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룩셈부르크이고 의료 지원을 해준 국가는 스웨덴, 덴마크, 인도,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이었다. 패전국인 일본은 한국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팔아 가난에서 벗어나 부국으로의 기틀을 다지기도 하였다. 한국도 학용품, 학교와 공장 건설 등 여러모로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국제기구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국제 연맹의 실패를 거울삼아 국제연합을 새로 구상하게 된다. 전쟁이 마무리된 1942년 1월 1일, 함께 싸운 26개국 대표들이 선언에 서명하여 국제연합이 탄생하였다. 이렇게 국제연합은 전 세계의 기대와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2022년 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났다. 러시아는 구소련의 영토 회복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대만을 병합하여 옛 중국의 고토를 수복하고자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점령지 합병안에 서명하면서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집권한 이후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해 온 시진핑 주석은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며 “또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1970년대 소말리아는 에티오피아 오가덴에 소말리아인들이 거주한다는 이유를 들어 침공했고, 1990년대 이라크 또한 석유 자원을 노리고 쿠웨이트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전쟁을 벌였지만, 이번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은 노골적으로 미국과 서방을 향했다. 유엔이 흔들리고 있다.

이주의 보편화와 신자유주의는 국경을 허물고 민족주의라는 가치를 약화시켰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창궐로 국경을 넘기 어려워지고 각 국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경제적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탈리아는 지난 9월 총선에서 극우 '이탈리아 형제당'이 제1당에 올랐다. 민족주의는 부활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러한 민족주의 부활의 이면엔 빈부의 확대가 있다. 소비에트가 붕괴한 후, 미국은 세계 유일의 패권 국가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세계를 장악했고 자본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을 양산하였다. 초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생산기지와 시장이 보장되었다. 많은 지식인은 민족주의를 공격하였다. 패권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고 결국, 이 세계는 자정 능력을 잃어버렸다.

민족주의가 강조되면 세계정세는 불안해질 수가 있다. 국민의 삶은 어려워지고 국가 내부의 빈부격차도 커지며 과거 제국주의의 발호를 경험한 세계 각국의 국민은 불안한 생활을 걱정하게 된다. 상황은 간단하지가 않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이제 세계질서는 무력과 경제력이라는 물리력이 아닌, 이성과 조화라는 추상적 가치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미국은 패권을 포기할 수 있을까? 국제연합의 취지대로 세계는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로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며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 협력을 취할 수 있을까? 유엔의 날을 맞아 유엔의 앞날이 걱정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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