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바야흐로 감사의 시즌이다. 국회는 국감(국정감사)으로 분주하고, 각 지방의회는 행감(행정감사)으로 바쁘다. 국감은 정치적인 이슈에 많이 쏠리는 경향이 있지만, 지방의회의 행감은 지난 1년간의 살림살이를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행정을 철저히 감사한다. 내가 속한 연구원도 덩달아 바쁘다. 몇몇 지방의회와 협약을 맺고 행정감사 연구분석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1일에 당선이 되어 불과 100여 일 전에 의정활동을 시작한 이번 민선8기 지방의원들은 첫 행감에 챙겨봐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처음 받아보는 업무보고, 두꺼운 예산서, 행정감사 참고용 자료 등 시간을 쪼개고 잠을 쪼개어도 다 못 볼 양이다.

그래서 행감에는 요령이 필요하다. ‘내가 모든 분야의 모든 사업을 철저히 꿰뚫어 보리라‘ 하는 것은 호기로운 의욕이다. 우리가 컴퓨터 AI가 아닌 이상 모든 DB를 뇌 속에 가지런히 분석 정리해 둘 수 없다. 그래서 행감을 잘하기 위한 첫 번째 비법은 ’주제 정하기‘다.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는 안건, 의정활동을 하는 4년 동안 꾸준히 챙겨보고자 하는 안건을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안건과 사업에 대해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이것도 문제‘ ’저것도 문제‘ 식으로 지적만 하면 그저 그것으로 끝날 확률이 높을뿐더러, 본인의 전문성도 떨어지게 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예산 내역은 물론 현장 답사와 주민 간담회, 타기관 자료 조사 및 유사 지역구 연구를 병행하면서 남들은 미쳐 알지 못했던 실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불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낫다.

두 번째는 동료 의원들과 협업하라는 것이다. 정당 성향별로 그리고 소속 상임위의 성향별로 함께 힘을 합치는 동료 의원이 있다면 행감을 훨씬 깊이 있고 실질적으로 진행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큰 주제에 있어 세부항목을 두 세가지로 나눠 각자 그 항목에 대해 연구한 뒤 그 결과를 교류하며 행정감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지켜본 바 주로 정당별로 감사의 큰 주제들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행감에는 이것이 큰 화두다‘ 하는 것이 있다. 이 경우 동료 의원들끼리 합심이 되지 않으면 서로 주제가 겹치고 내용이 겹쳐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가 되기 십상이다. 내가 돋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내가 들은 정보와 조사한 내용을 내가 단독으로 발표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 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오픈해본다면, 더 많은 정보들이 또 내게 들어오는 경험을 할 것이다. 그래서 물론 평소에 동료 의원들끼리의 신뢰를 쌓는 일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겸손이다. 특히 공무원에게 겸손이다. 못한 일을 감싸고, 잘못된 일을 덮으라는 것이 아니다. 의회의 기본 기능이 행정부의 감시이고, 특히 행정감사에서는 공무원들이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하지만 감사의 기능을 넘어 탄압, 갑질의 수준이 된다면 문제다. 에티튜드를 잘해야 한다. 손가락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른다거나, 종이를 흔들거나 뿌리는 행위 그리고 ’어디서 감히‘ 등의 언행은 정말 삼가야 한다. 그런다고 고쳐질 일이 아니다. 압박이 필요하다면 해당 공무원이 미쳐 파악하지 못했던 현장 상황, 주민들 이야기, 내부 제보 등의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저 ’내가 봤는데‘ ’내가 들었는데‘ 이런 말이 아닌 현장 사진이나 영상자료, 데이터 수치와 통계, 증인 출석 등 실제적인 자료로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언론이나 유튜브를 통해 국감장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거의 싸우기 직전까지 가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마치 이런 모습들이 당연하거나 나아가 감사를 잘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감사는 특정한 날에 TV앞에서 쇼하듯 하는 것이 아니다. 감사는 평소에 늘 하는 것이다. 행감 기간에 본인이 지적한 사항을 일년 아니 의정활동을 하는 내내 지켜보고 수시로 보고받고 챙겨가야한다. ’시정하겠습니다‘ 했다면 ’몇 개월 안에 어느 부분까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물어 실질적인 이행이 되도록 챙겨야 하는 것이고, ’검토해보겠습니다‘ 한다면 ’언제까지 검토보고서를 제출 할 수 있는지?‘를 물어 그에 대한 대안들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국민을 대신해 행정을 감사하는 의원들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새겨보며 감사에 임하길 바란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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