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가 났다. 이제 제법 쌀쌀해진 가을밤. 모닥불을 빙 둘러앉은 이들은 젊은 청년들이다. 멀리서 보면 얼핏 MT를 온 대학생 같기도 하다. 이들은 다름 아닌 20대 30대의 지방의원들. ‘리더스클럽’에서 주최하는 ‘2022 지방의원 역량강화 워크숍‘ 현장이다. 서울, 경기, 강원 각 지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지방의원들이 짬을 내 한 곳에 모였다. 각자의 의정 일정이 다 다르다 보니 밤 9시 10시가 되어서야 일정을 마치고 모이는 이들도 있었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도 있고, 이 날 처음 보는 사이도 있다. 하지만 젊은 청년 초선이라는 공감대 속에 금세 가까워졌고, 모닥불 피워놓은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고민들도 털어놓았다.

“아니 일부러 불러놓고 보란 듯이 무안을 주는거에요. 얼마나 창피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저는 잘 모를 때는 솔직히 모른다고 말씀드리고, 선배님 졸 알려주세요 라고 해요.”

“의원실로 절대 공무원분을 부르면 안되요. 우리는 젊기 때문에 무조건 우리가 찾아가야 해요”

“축제 예산이 말도 안되게 책정 되어 있더라니까요. 관련된 자료 다 부탁해서 팠어요”

6월1일 당선되어 7월부터 시작한 의정활동일 텐데, 몇 개월만에 무용담이 꽤 늘어 있었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어렵고 전쟁일 터다. 그래도 같은 초선이고 나이대가 비슷하다보니 지역은 달라도 겪는 일들이 비슷한 모양이었다. 국민의 힘 청년 비대위원을 했던 강원도의회 최재민 의원도 보였다. 최재민 의원은 초선이지만 그간의 정치경력이 10년이 넘어 초선 같지 않은 초선의 느낌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절대 겸손‘ 이라는 키워드는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정치권의 룰인지, 그는 후배들에게 겸손을 강조하면서도 딱 부러지는 일처리를 위한 노하우 전수도 잊지 않았다.

광역의원 최연소 당선인 강원도의회 박대현 의원도 함께했다. 스물 일곱의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경선을 거쳐 보란 듯이 당선된 광역의원다운 포스를 장착했다. 막내의원의 생명은 ’낄끼빠빠‘ 일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인이 껴야 할 때는 확실히 두각을 드러냈고, 빠져야 할 상황에서는 또 본인은 빠지고 다른 사람을 치켜세울 줄도 알았다. 어리다는 불안한 시선들이 늘 자신을 따라다니지만, 오히려 일로써 뚜벅뚜벅 자신의 의정 활동을 보여드리면 그 시선들은 거둬들여 질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선거 때 이미 경선과 본선 두 번을 거치며 증명을 받아서인지 그 확신은 보는 이에게도 신뢰가 가게 했다.

국민의 힘 금천구 고영찬 의원은 야당 의원으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금천구의 행정부 수장인 구청장은 민주당으로, 구의회 구성 역시 민주당이 우세하다. 험지에서 야당 의원으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느끼는 난관들, 그리고 원내에서 의정활동을 함에 있어서 느껴지는 난관들이 무던한 성격의 그에게도 꽤 스트레스가 되는 모양이었다. 감시자의 역할로서 구정의 행정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면, 해당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거센 것이 당연지사. 그래서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일수록, 이익 집단들의 항의가 거센 문제일수록 의원들이 손을 대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소문이 안 좋게 나봤자 본인 표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굵직한 문제들에 손을 대고 있었다. 비판과 마타도어를 감수하고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입성한 2030 지방의원들이 약 400명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입성한 2030 의원들이 약 200명 이었던 것에 비하면 두 배가 늘었다. 젊은 의원, 젊은 의회의 물결이 일었고, 분명 이때까지와는 다른 의정활동이 지역 곳곳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어쩌면 갈등들이 더 많이 불거질 수도 있고, 꽤 귀찮고 피곤한 일들을 벌일 것이다. 하지만 조용하게 관례대로 넘어가는 의정이 절대 국민들에게 좋은 것이 아니며, 그 젊은 에너지들이 분란을 일으키는 것을 이 사회가 현명하게 수용해주길 바란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변화를 원한다면 이 사회가 이들의 젊은 에너지를 잘 활용하길 권한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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