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산업 합병, 주주 반발에 합병비율 조율
배당금, 상표권 사용료 등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누리던 지주사 수익, 동원산업으로 귀속
43% 지분 확보하는 김남정 부회장, 합병 만으로 배당수익 늘지만 소액주주는 감소

사진제공= 동원산업
사진제공= 동원산업

[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동원그룹의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합병비율을 조정하며 상장사 동원산업 주주들의 마음을 돌렸던 동원그룹이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현금 창출력을 동원산업의 배당으로 이어가며 주주환원책을 강화할지 주목된다.

지난 6일 동원산업은 지난달 25일 제출된 합병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이번 합병으로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해왔던 동원산업은 사업형 지주회사로 거듭난다.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비율은 1대 2.7로 당초 산정했던 1대 3.8보다 동원산업 가치를 높여 잡았다. 합병비율이 최대주주인 김남정 부회장을 비롯해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정해졌다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1대 3.8의 합병비율을 반영하면 동원산업 주주 지분율은 4.5%가 줄어 드는 반면 김남정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지분은 5% 넘게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를 띔에 따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누리던 지주사 수익도 동원산업으로 귀속되게 됐다. 특히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사업 성격상 현금이 오가는 거래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은 872억원이며 영업이익은 481억원, 영업이익률은 55.1%다. 매출 중 배당금이 448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하며 상표권 수익도 130억원에 이르러 약 578억원이 계열사로부터 현금 성격을 가진 매출이다. 이외 용역매출이 271억원, 보증금 수익이 21억원이 있다.

그러다 보니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매출에 비해 현금흐름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69억원이며 영업활동 순현금흐름도 543억원을 기록했다. 순부채비율도 84.62%로 매우 양호하다.

동원산업 실적 추이. / 사진=동원산업 홈페이지
동원산업 실적 추이. / 사진=동원산업 홈페이지

동원산업은 지난해 170억원을 배당재원으로 사용해 연결 현금배당성향 10.08%를 보였다. 2019년 주당 2000원이던 배당금이 2020년부터 5000원으로 증가했지만 배당성향은 아직 낮은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35.41%로 이또한 전년보다 4.14%p 낮아진 수치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배당금과 상표권 수익을 더하면 지난해 동원산업 배당재원의 3.4배에 이른다. 이중 동원산업이 지출했던 배당금 115억원과 상표권 사용료 10억원을 제외해도 453억원으로 2.6배다.

지난해 동원산업 당기순이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1714억원이다. 동원산업 몫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당기순이익보다 1714억원보다 26%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동원산업이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를 지출하지 않으면 해당 금액은 동원산업 내부에 머물기 때문에 외부로 나가는 현금을 아끼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에 반영되기에 배당재원에 포함될 수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받아오던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가 온전히 동원산업 배당에 반영될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16억원을 배당재원으로 사용했다. 주당 1000원으로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5.0%다. 대신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 2018년 5140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이 지난해 말 6156억원, 올해 상반기 말 기준 6277억원으로 약 3년 반의 기간 동안 1000억원이 늘었다.

68.27% 지분을 가지고 있던 김남정 부회장은 지난해 동원엔터프라이즈로부터 79억원 배당금을 수령했다. 김 부회장은 합병 후 동원산업 지분율 43%를 확보하게 되고,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지난해 배당금을 기준으로 286억원 중 123억원을 받는다. 이에 따라 남은 배당재원은 163억원으로 동원산업이 합병 후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확대하지 않으면 동원산업 주주들은 오히려 더 낮은 배당금을 받게 된다.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이 나쁘지도 않기에 배당확대는 기대해볼 수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4조3941억원 매출과 279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해 각각 전년보다 23.3%와 13.6%가 상승했다. 동원산업도 올해 상반기 1조6722억원 매출과 1796억원 영업이익으로 각각 전년 대비 24.1%와 40.9% 증가했다.

한 가지 지켜볼 점은 미국 StarKist Co.의 소송 관련 건이다. StarKist는 지난 2015년 미국 법무부로부터 참치캔 가격담합을 공모한 협의로 형사고발 됐고, 2019년 벌금 1억달러가 확정됐다. 2019년 10월부터 5년간 분할상환 될 예정으로 StarKist는 5283만달러(한화 약 628억원)을 충당부채고 인식해 놓았다. 이와 관련된 민사 소송 결과에 따라 충당금이 증가할 수 있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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