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지난 8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는 수도권을 마구 할퀴더니 남부지방으로 자리를 옮겨 또 수많은 수재민을 만들어냈다. 아까운 생명이 목숨을 잃고 많은 사람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또 많은 물적 피해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예상보다 훨씬 많이 쏟아진 비는 사람을 패닉상태로 만들었고 인명을 구하기 위한 많은 미담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은 이 재난 상황에, 여전히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은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특히 비난은 대통령이 청와대에 그대로 있지, 왜 사저로 옮겨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냐는 문제로 집중되었다. 호우 초기부터 재난안전상황실도 못 갔다느니, 집에서 전화로 지시했다느니 등등의 비난이 계속되었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집무실과 숙소가 함께 있는 곳에 거주하고 있는 국가가 얼마나 되는가? 상식적으로 대통령이나 수상은 왕이 아니기에 궁궐에 살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야당 의원의 거듭된 주장과 일부 언론의 보도는 이제 국민마저 대통령의 거취의 타당성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불러일으키게 할 지경이다.

어느 언론의 보도를 보니 해외에선 대통령·총리의 출퇴근이 곧잘 있다고 한다. 이 보도에 의하면, 미 백악관,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프랑스 엘리제궁, 독일 연방총리청, 일본 총리공관은 직장과 주거가 가까이 있지만,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사저에서 출퇴근했다고 한다. 통일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는 8년간, 메르켈 전 총리는 16년간 베를린 연방총리청에서 떨어져 있는 사저에서 출퇴근했고, 메르켈 전 총리는 전기·수도료도 직접 냈다고 한다. 그녀는 퇴근길 마트에 들러 장을 보기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밖에도 독일의 울라프 슐츠 총리는 포츠담의 사저에서 출퇴근하였는데 이곳은 수상공관 집무실에서 25km나 떨어져 있는 곳이다. 미테랑 대통령도 파리 시내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출퇴근하였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싫어 3.8km 떨어진 관저 '리도 코티지'에서 출퇴근하였다. 국가의 수반이 집무실과 떨어져 거주하는 예는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 나라라고 이런 비상상황이 없겠는가? 그런데 왜 이렇게 무슨 일만 나면 야당은 지금 관저가 공사 중이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음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청와대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걸까?

심지어 야당 출신 전직 대통령도 이전 선거에서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내 걸었었다. 대통령이 구중궁궐 청와대에 갇혀있으면 불통 대통령이 되기 쉽다며 출퇴근을 하면서 시민들도 만나보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겠다고도 하였다. 공약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야당도 여러모로 검토하였을 텐데 무슨 생각으로 이 문제에 집착하는지 도대체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그리고, 만약 현 대통령이 그 폭우 속을 헤치고 집무실로 갔다면 비난이 없었을까? 모르긴 해도 아마 그 사실을 가지고 또 비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대통령 취임 이후 야당의 비난은 연일 계속되었다. 일부 사람은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SNS에 글을 적기도 하였다. 어떤 인사는 탄핵을 이야기하고 어떤 인사는 촛불을 다시 들겠다고도 했다. 일부는 아예 무능하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물론 현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대통령에 비해 이번 재난에 특별히 무책임하거나 무능하지는 않았다. 비난도 일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의사로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시기적절한 건전한 비판과 초지일관의 비난 일변도는 다르다. 재난이 닥치면 정쟁보단, 재난현장으로 달려가 복구에 협조하는게 먼저이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대통령은 집중호우의 첫날밤에 서초구, 재난의 한가운데 있었다. 안가에만 머물던 다른 대통령과는 다른 체험과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생한 경험은 더 체계적이고 효과가 있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하는데 바탕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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