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지난 7월 22일, 극적인 노사 간 협상의 타결로 두 달여 가까이 지속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조의 파업이 마무리되었다. 물론 노조가 요구한 폐업 사업장 조합원 고용 승계 부분과 손해배상소송 관련 문제에 대한 노사 간 합의는 미결로 남았다. 이번 파업은 그간 우리가 흔히 보던 노사 간 파업이 아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는 점에서 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대우조선해양의 조선하청지회는 노동위원회 쟁의 조정을 통해 지난 10일, 21개 하청업체의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였다. 그런데도 파업이 장기화하자 원청 노조인 대우조선지회가 농성 중단을 촉구하는 등 노조 간의 갈등도 있었으며 모처럼 찾아온 조선업 수주 호황을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로 망친다는 일부 여론의 비판도 받아야 했다.

지난 정권, 조선업의 쇠락으로 대우조선의 경영유지가 어려워지자 2019년 2월 12일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을 인수 최종 후보로 발표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부품 자체제작 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대우조선해양과 거래를 튼 협력업체들, 특히 기자재업체들의 생존은 위협받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불행히도 현행 노동조합법은 하청지회가 본청업체나 채권단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어떠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하청지회 노동자들은 "하청노동자 임금인상에 대해 하청업체 대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실질적 결정권은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종사자들은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노동자들이 대규모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하였다. 대규모 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들은 강력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조직되었고 노동조합은 더 나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협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경기 침체, 노동조합의 강화, 국제 경쟁의 심화, 그리고 이익 감소 등으로 인해 노동 집약적인 생산은 선진국에서 저임금 국가로 이전되었고, 1980년대 소위 신자유주의라는 기치 아래 각국 산업의 구조조정이 추진되었다.

한국은 80년대의 호황과 노동조합운동의 활성화가 있었지만 바로 이러한 산업구조 조정의 여파에 휩쓸리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적인 고용행태의 핵심 요소는 노동법과 단체교섭의 보호를 받던 임금노동자를 아무런 보장도 없이 자신의 생산수단과 설비를 마련해야 하고, 산업재해와 질병 또는 실업의 위험을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하청업자'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조 파업의 사례에서 보듯 하청업체의 노동자와 사용자는 전형적 노사관계의 노동자와 사용자와 근본적 차이가 있다.

작은 정부론은 고용 면에서 법적 규제를 제거했고, 노동현장에 대한 관계 당국의 조사도 축소했다. 근로감독관은 터무니없이 적어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기업들은 청년, 여성을 시간제로 고용해 특정 일감을 주는 비정규직을 크게 늘렸다. 주로 청소, 음식업, 기타 서비스직에서 비정규직의 증가가 나타나며, 여타 기업의 일부 분야, 학교, 병원 등에서도 나타났다. 실적에 급급한 일부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이기까지 하였다. 이제 기업들은 더는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근로조건에 대한 규제가 적은 소기업에 하청을 주고, 비정규직 고용에 점차 의존하게 되었다. 대기업들은 고용의 유연성을 외치고 하청과 비정규직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

흔히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어느 정부든 노사관계 정책에 신경을 쓴다. 그런데 한국에는 노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구조의 다양화와 기업주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늘어가는 하청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자, 비정규직도 엄연한 경제주체로서 일익을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기존의 노동자나 사용자와 다르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이 이들에게 유리한 것만도 아니고 사용자에게 유리한 것이 이들에게 유리하지만도 않다.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박성호 동덕여대교수

따라서 이들을 독자적인 경제주체로 인정하고 각종 정책의 대상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노사정위원회니 최저임금위원회니 하는 기구에서, 근로자 측 위원과 사용자 측 위원을 구성하고 일부 위원을 비정규직이나 소상공인 대표로 참여시키고 있는데, 이를 업종별 총 종사 인원과 비례해서 독자적인 위원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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