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참의원(参院選) 지원 유세 중 총에 맞아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장례(葬儀)가 12일 도쿄의 사찰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장례에는 기시다 총리대신을 비롯하여 자민당 관계자, 정관계, 경제계, 해외 주요 인사 등 약 10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장례식 후 아베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는 자민당사, 총리관저, 그리고 국회의사당을 거쳐 그의 지역구를 돌았습니다. 거리에는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2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한결같이 아베에게 “수고했다”, “감사했다”라는 인사를 표했습니다. 아베의 장례절차는 몇 시간에 걸쳐 고스란히 TV로 방영되었습니다.

그림. 요시다 시게루-전수장의 국장에 헌화하는 사람들, 1967. 10. 31. 도쿄무도관, 時事通信
그림. 요시다 시게루-전수장의 국장에 헌화하는 사람들, 1967. 10. 31. 도쿄무도관, 時事通信

이틀 후인 7월 14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키시다(岸田) 일본 총리는 가을에 아베 전 총리의 ‘국장(国葬, こくそう)’을 거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국장’은 국가 또는 사회에 뚜렷한 공적을 남기고 국민의 추앙을 받은 사람의 장례를 국비로 치루는 장례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2011년, 국장이 국민장과 통합되어 ‘국민장’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전후 일본에서 국장으로 장례가 치러진 예는 1967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한사람뿐입니다. 당시에도 사회당 등에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국장은 강행되었습니다. 만약 가을에 아베의 국장이 실시된다면 55년 만의 일이 됩니다.

키시다는 아베가 “헌정 사상 8년 8개월이라는 최장기간 총리를 역임하면서 탁월한 리더십과 실행력을 보여주었고, 엄중한 내외적 정치 상황에서도 일본의 총리라는 중책을 수행”한 일본정치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으로 국장을 통해 “아베 전 총리대신(安倍元総理大臣)을 추도하고 나아가 폭력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단호하게 지켜내는 결의를 보이고자 한다(我が国は暴力に屈せず, 民主主義を断固として守り抜くという決意を示す)”고 주장했습니다.

‘국장’과 민주주의의 수호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많은 논란 속에서도 이를 강행할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나라가 주관하는 공적인 장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근대 이후 일본 최초의 국장은 왕정복고를 통해 천황제 국가 기반을 다진 인물로 1878년 암살당한 오쿠보 토시미치(大久保利通, おおくぼ としみち)였습니다. 명치유신 직후로 정치적 기반이 약했던 명치 정부로서는 국장이 혼란한 정국과 분열된 여론을 봉합하고 반정치 세력을 제거하기에 매우 좋은 이벤트였던 겁니다.

패전 전에는 국장령(国葬令)에 의하여 일왕이나 왕후 외에 ‘국가에 공적을 남긴 자’도 일왕의 허락을 받아 국장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20명의 정치인의 국장이 행해졌는데, 이들은 ‘천황 혹은 국가에 충성을 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국장은 천황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려는 정치적인 의도로 행해져 왔던 것으로 패전 이후 국장령(国葬令)은 폐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국가 혹은 정부가 주관하는 국장을 왜 굳이 해야 하는 걸까요? 혹자는 보수층을 대변하는 아베의 지지세력을 키시다 내각이 끌어안아 헌법을 개정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국민 중에는 추도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여전히 아베 정권에 대해 평가가 국내외적으로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의 세금으로 국장을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거액의 세금을 투입하여 아베를 국장으로 치른다면 일본, 혹은 일본국민은 아베 정권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자민당 정권을 긍정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베의 국장을 죽은 이를 위한 것이 아닌 살아있는 현 정권을 위한 거라는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죽여도 좋은 생명, 죽어도 좋은 생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치를 변혁하기 위한 것이든, 개인적인 원한을 풀기 위한 것이든, 그 수단이 살인 행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한 개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전액 국비로 치러지는 국장 결정은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회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아베 씨의 국장을 실시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국장은 오히려 아베 씨가 해온 것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자유로운 언론을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를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