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당대표 출마 자격 안되는 이유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이 사실상 무산됐다. 박 전 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 관련 텔레그램 n번방을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출신이다. 그는 20대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에 합류하며 정치권에 발을 내딛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윤호중 의원과 공동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었지만 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직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성희롱 발언 의혹을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에 대한 중징계와 민주당 내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해체 등을 주장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일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을 다시 국민을 위한 정당,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정당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다”라며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을 민주당에 영입한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도 요구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이 피선거권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당대표 출마의 길이 막혔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직 및 공직 피선거권은 이달 1일 기준으로 6개월 이전 입당한 권리당원에게만 부여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올해 2월 14일 입당했기 때문에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비대위 “예외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 발견 못해”, 당무위 “비대위 의견 존중”

박 전 위원장은 ‘당헌 6조에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당 대표 경선 참여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과 새로운물결의 합당으로 당에 합류한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권리당원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당내 경기지사 후보 경선 출마가 허용됐던 사례를 들며 당대표 출마 허용을 요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헌·당규에 나오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며 “실제로 이 규정에 따라 지방선거 때 김동연 후보도 비대위와 당무위 의결을 거쳐 경기도 지사 경선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당 대표 도전의 길은 열리지 못했다.

6일 열린 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 자격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지만 ‘비대위 의견 존중’으로 결론이 났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무위가 공식적인 안건으로 다룬 것은 아니지만 박 전 위원장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의견을 물었다”며 “당무위에서 비대위 의견을 존중한다고 만장일치로 정리해주셨다”고 밝혔다.

앞서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 논의 결과)당무위에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위한 예외 조항을 안건으로 상정해 토론하도록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비대위원들은 박 전 위원장이 소중한 민주당의 인재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당 대표 도전의 길이 막히자 페이스북에 ‘초심을 되새기며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겠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저를 영입했던 민주당은 지금 저를 계륵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고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을 하는 이 정치판에 남아 있는 것이 옳은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봤다”며 “민주당이 저를 쓰고 버리는 것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박지현은 물론 저에게 만들자고 약속했던 성폭력 없는 세상까지도 토사구팽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제가 막겠다”며 “성범죄가 사라지고 피해자가 아프지 않는 그 날까지, 저는 끝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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