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렉스서울,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4일까지 사조오양 19만주 확보
자본잠식 캐슬렉스제주도 사조대림 지분 매입…사조비앤엠, 사조랜더텍까지
지주사 사조시스템즈, 계열사 지배력 확보…사조오양·대림 감사위원 3%룰 대비
원자재가 상승에 식품주 반등 기대…주가 차익으로 캐슬렉스서울·제주 재무 개선까지

캐슬렉스제주는 올해 들어 자본잠식 상태에도 수십 억원의 사조대림 지분을 사들였다. / 사진=사조그룹 홈페이지
캐슬렉스제주는 올해 들어 자본잠식 상태에도 수십 억원의 사조대림 지분을 사들였다. / 사진=사조그룹 홈페이지

[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사조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 확보에 나섰다. 여기에는 자본잠식 상태인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까지 참여해 배경이 주목된다.

지난 4일 사조오양 공시에 따르면 사조그룹의 골프장 사업인 캐슬렉스서울은 지난달 10일과 13일, 30일 등 6월 한 달 동안 사조오양 지분 1만주를 매입했다.

캐슬렉스서울이 사조오양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캐슬렉스서울은 지난해 11월 19일 시간외 매매를 통해 1만여주, 장내매수를 통해 1만9000여주를 매입해 이날에만 3만144주를 확보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1만1000여주를, 1월 27일부터 3월 29일까지 9만7000여주를 사들였다. 올해 5월에는 3만5000여주를 추가로 매입했으며, 6월 매입한 1만여주까지 더해 반년 사이에만 사조오양 지분 18만4171주를 매입했다.

이 기간 사조오양 평균 주가는 약 9984원으로 캐슬렉스서울은 20억원 가량을 사조오양 지분 매입에 사용했다. 캐슬렉스서울은 총자본이 -48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로 코로나19 시기에 오히려 영업이익이 늘어나며 전년 -78억원 대비 조금 나아진 상태지만, 유동부채가 1228억원에 이르러 여유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사조그룹 계열사 지분매입 현황1. / 그래픽=김성화 기자
사조그룹 계열사 지분매입 현황1. / 그래픽=김성화 기자

비슷한 시기 계열사 지분을 매입한 건 캐슬렉스서울 뿐만이 아니다. 캐슬렉스서울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캐슬렉스제주는 더 많은 돈을 들여 사조대림 지분 매입에 나섰다.

지난해 말 캐슬렉스제주는 사조대림 주식 37만주를 사조동아원에 매각했었다. 올해는 4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약 1만8600여주를 매입했으며,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7700여주를 또 다시 확보했다. 해당 기간 사조대림 평균 주가는 3만1510원으로, 이를 반영해 계산하면 약 83억원이다.

지난해 캐슬렉스제주의 자산이 945억원이었으니 자산의 1/10 정도를 사조대림 지분 확보에 사용한 셈이다. 캐슬렉스제주 또한 총 자본이 -131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며 현금성 자산도 41억원에 불과해 사조대림 지분 매입은 무리수가 있는 행보였다.

가장 주목되는 건 사조산업 지분을 매입한 사조시스템즈다.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11월 2만2212주를 비롯해 이달 1일까지 약 27만주를 매입했고, 이에 따라 지분율이 5.38% 증가했다. 이와 함께 사조시스템즈는 사조대림 지분도 올해 5월 7000주에 이어 6월 1만7000주 가량을 추가로 사들였다.

사조대림은 사조비앤엠도 올해 4월 9000주에 이어 6월 30일과 7월 1일을 합해 8500주를 매입했다. 사조비앤엠은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곳으로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 사조씨푸드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사조오양이 12만주 가량을 매입했으며 농업법인 사조농산도 4월 2만2600주를 확보했다. 사조농산은 5월에도 추가로 9만주, 6월 9110주를 사들였으며 비슷한 기간 사조랜더텍도 13만8000여주를 매입했다. 사조랜더텍은 배합사료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4억원 정도다. 사조시스템즈도 6월 사조씨푸드 지분을 4만4000주 추가했다.

사조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 현황2. / 그래픽=김성화 기자
사조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 현황2. / 그래픽=김성화 기자

사조시스템즈는 주지홍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주지홍 부회장은 사조산업 지분이 없지만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사조산업과 그룹에 간접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조그룹은 사실상 사조시스템즈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기에 사조시스템즈의 지분 확보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분 확보는 다른 차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사조오양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감사위원을 채택했다. 사조오양은 지난해 말 기준 사조대림이 60.53% 지분율로 최대주주였지만, 개정된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 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제한되는 ‘3%룰’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말 개정된 상법은 ‘감사위원이 되는 비상무이사(사내이사)’ 선임 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의결권을 모두 합쳐 3%만 인정하며,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자 1인당 개별 3%까지만 인정하도록 했다.

사조산업은 지난해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감사위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한데 이어, 주진우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을 분할해 3%룰을 회피했었다.

반면 사조오양은 지분 쪼개기를 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올해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 추천 감사위원을 선임됐다. 이에 따라 계열사들이 지분을 미리 확보함으로써 향후 최대한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중으로 비춰진다.

또한 최근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라 차익도 노려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밀가루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도 오르고 있지만 사조동아원은 미국과 호주, 캐나다로부터 소맥제분을 들여와 영향이 그나마 덜하다. 사조그룹 제품이 필수품에 가까운 만큼 소비는 계속될 것으로 여겨져 주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이 발생하면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 재무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양사의 합병 추진 당시 캐슬렉스제주의 채무를 캐슬렉스서울이 떠안고, 이는 대주주인 사조산업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었다.

이에 대해 사조그룹 측 입장을 들어보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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