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최근, ‘오시카츠(推し活)’라는 것이 일본 여성들의 삶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오시카츠는 다른 사람에게 사람이나 물건을 추천한다는 의미의 「오수(推す, おす)에 활동, 카츠도(活動, かつどう)」라는 단어가 더해져 생긴 말입니다. 2021년 ‘신조어・유행어(新語・流行語)에 노미네이트된 ‘오시카츠’는 사람(아이돌, 가수, 배우, 작가 등), 노래, 캐릭터, 작품, 음식, 장소, 스포츠, 화장품, 패선, 물건 등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사람)의 매력을 타인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응원하는 활동입니다.

그림. 2022년 4월 11일 도쿄신문 TOKYOweb
그림. 2022년 4월 11일 도쿄신문 TOKYOweb

「오시」에는 정확한 정의나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오시(추천)」 대상의 영상이나 자료를 공유하고 관련 굿즈(グッズ)를 수집하는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공유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오시카츠 활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하기도 합니다. 오시카츠 하는 사람들을 만나 같이 라이브공연을 보러 가거나 함께 DVD를 감상합니다. 우리나라에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번개 모임을 하여 유명한 맛집 순례하는 것처럼 그들만의 성지를 순례하기도 합니다.

무엇을 보거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들이 분비되어 행복감이 증폭되는 것처럼, 이런 활동은 지치고 우울한 마음을 한 방에 날려버리게 해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활동으로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오시카츠’활동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적극적입니다. 20~50대 여성, 약 5명 중 1명이 오시카츠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대부분 여성이 인생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시」는 원래 AKB의 열성 팬을 지칭했던 말입니다. 취미의 범주를 넘어 마치 일하는 것처럼 추천을 너무 열심히 하는 이들을 아이돌 오타쿠(アイドルオタク)라고 하는데 이들의 활동을 「오시고토(推しごと, おしごと)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남녀 상관없이 오시(推し)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오시(推し)’라는 말이 여성 아이돌 오타쿠들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오시카츠(推し活)’란 덕질과 비슷하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단체 덕질 모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혼자서 생각하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즐기는 내면적인 활동도 「오시카츠(推し活, 추천 활동)」에 포함됩니다. 그럼 왜 덕질이 아닌 오시카츠일까요? 덕질의 우리나라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원래 이 말은 일본어의 오타쿠(オタク, おたく)에서 온 말로 오타쿠→오덕후→오덕(덕후)→덕으로 변화해온 것에 ‘무언가를 하다’라는 의미를 낮추어 말하는 "질"을 붙여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오타쿠는 주로 가타카나(オタク)로 표기하고 있지만 원래 이 말은 “댁네는 평안한가요”라는 말처럼 상대방을 높여 말할 때 사용하던 이인칭 대명사에서 온 겁니다. 일본에서도 ‘그쪽은’이라고 말할 때 댁(宅)에 존경의 ‘오’를 부쳐서 오타쿠(御宅)라고 합니다.

1982년부터 방송된 로봇 애니메이션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超時空要塞マクロス)' 속 주인공 이치죠 테루(一条輝)가 노래요정, 린 민메(リン・ミンメイ)를 오타쿠라고 불렀는데, 오타쿠라는 말은 이 애니를 좋아하는 팬들이 서로를 「오타쿠」라고 하면서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하여도 이 말은 그냥 ‘애니 마니아’ 정도의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1988년부터 1889년까지 도쿄 사이타마에서 소녀를 연쇄 납치하여 살인하는 끔찍한 사건(東京・埼玉連続幼女誘拐殺人事件)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막상 범인을 집고 보니 애니메이션, 만화, 공포영화 등에 빠진 오타쿠였다는 것이 언론에서 보도된 이후 오타쿠(おたく)는 변태, 예비 범죄자, 외톨이형 성애자 등의 이미지로 굳어집니다. 이후 오타쿠라는 말은 NHK에서 방송 금지어가 되었는데, 오늘날 일본에서는 오타쿠를 성범죄와 관련지어 보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오시카츠’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오시카츠’는 오타쿠가 아닌 덕질에 가까운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다 함께 하는 덕질!! 생각만 해도 신나죠!! 자신의 지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잘 모르는 누군가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은 어쩌면 현대식 다회(お茶会)입니다. ‘오시카츠’를 통해 일상의 시름을 털어버리고 다시 비일상에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추앙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면 어떻고, 사라져버리는 것이면 어떻겠습니까? 추앙을 통해 내 마음이 충만해지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니까요.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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