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2020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끈 웹툰 원작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梨泰院クラス)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본 콘텐츠를 베끼고 리메이크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에서 한국드라마,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일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만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 포스터
일본 드라마 포스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 일본에서는 인기 순위 TOP 5에 들었을 정도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인공 박새로이는 중졸에 전과자이며 고아이지만 “내 인생의 목표는 성공이야.”, “가진 것 없이 태어났어도 원하는 것 많아”라고 당당히 말하며 성공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단지 복수를 위한 것도, 부자가 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이번 한 번만 소신을 버리자는 조이서에게 그는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라고 말하며 불의와 타협하기 시작하면 사람 변하는 건 한순간이라며 타협을 거절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소신을 지키며 성공하는 박새로이의 이야기는 성실함을 중시하는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줄거리라 더욱 인기를 끌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롯폰기 클라쓰(六本木クラス)라는 이름으로 오는 7월 7일 일본 지상파 방송 TV아사히(テレビ朝日)에서 방영된다고 합니다. 박서준이 연기했던 주인공 '박새로이' 역은 일본의 라이징 스타 다케우치 료마(竹内涼真, たけうち りょうま)가 주연을 맡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3단으로 나뉜 드라마 포스터가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각각의 단은 서로 다른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는데, 오렌지색 네온의 상단은 사랑과 우정, 희망, 그리고 '망설임'과 '불안'을, 가운데 단의 거리의 화려한 네온은 ‘개성이 부딪치는 장소’로서의 롯폰기를, 마지막 단은 상단의 따뜻한 오렌지색과 대비되는 파란 색으로 극의 긴장감을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태원이 롯폰기가 된 걸까요? 이태원은 이전에 해방촌이라고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남산 근처 초지였던 이곳에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죽은 자를 추모하는 신사를 세우기도 했었습니다. 이곳에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입니다. 북에서 피난 나온 평안도 선천지역의 기독교 신자들이 해방촌에 판잣집과 토막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용산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이태원은 개발이 제한되었고, 그로 인해 이곳은 비교적 저렴한 숙박업소, 유흥업소, 임대주택들이 많이 밀집되어 있었습니다. 2015년 도시재생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이태원에는 특색있는 카페, 공방, 술집, 클럽이 들어서게 됩니다. 드라마에서 박새로이가 이태원에 술집을 연 것도 이태원이 '서울의 이방인동'이라 불릴 정도로 이국적인 곳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한편, 도쿄 미나토구(港区)에 위치한 롯폰기(六本木)는 6개의 소나무가 있다 하여 롯폰기라는 이름이 붙여진 지역입니다. 도쿄를 대표하는 유흥지이면서 유서 깊은 사원, 신사, 미술관 등이 있는 멋스러운 곳이지요. 롯폰기가 지금처럼 개발된 것은 근대 이후로 이곳에 정부의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입니다. 일본의 패전 이후에는 이태원처럼 롯폰기 근처에 미군정(GHQ)이 들어섰습니다. 자연스럽게 이곳에는 외국인 전용 가게나 음식점, 술집이 들어서고 뒤이어 각국의 대사관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도 경제 성장기에는 이곳에 바로 롯폰기 클라쓰(六本木クラス)를 방영하는 TV아사히가 개국하면서 핫플레스로 거듭나면서 유명 클럽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습니다. 2003년에 개업해 ‘힐즈족(ヒルズ族)’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롯폰기힐스(六本木ヒルズ)’는 롯폰기를 상징하는 건물로 유명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가게, 고급 레스토랑과 바, 그리고 멋진 야경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롯폰기의 가장 큰 매력은 「일」, 「놀이」, 「거주」가 잘 융합된 거리라는 거죠. 고층 빌딩에 사무실이 모여 있지만, 고급 음식점, 세련된 가게, 「muse」나 「FERIA TOKYO」 등과 같은 고급 클럽, 모리 미술관, 국립 신미술관 등과 같은 문화 시설, 유희 시설 등도 있어 일과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입니다. 좀 임대료가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도쿄에 갈 일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러보아도 좋을 거리입니다. 이태원 클라쓰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벌써 기대되는 롯폰기 클라쓰(六本木クラス)입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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