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상장 준비…증시 침체 속 4조원 기업가치 불안
지난해~올해 1분기 실적 준수…국내 H&B 시장 정체 속 가치 상향 한계
성장하는 중국 시장, 상하이 법인 디지털화+옴니채널 플랫폼화로 돌파구 마련해야

CJ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매장. / 사진=CJ올리브영
CJ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매장. / 사진=CJ올리브영

[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CJ그룹의 경영승계작업 자금줄 역할을 위해 2년 전부터 준비한 CJ올리브영 상장이 증시 침체 속 불안함이 커졌지만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목표로 한 기업가치에 도달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생겼다.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던 CJ올리브영의 상장 소식이 감감 무소식이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 속에서 상장이 기약 없이 미루어진 분위기다.

CJ올리브영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CJ그룹 경영승계작업에 있어 자금줄 역할을 한다. CJ올리브영 지분을 보면 CJ㈜가 55.24%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11.04%, 장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4.21%를 보유 중이다.

이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 이재환 전 부회장이 4.64%, 이 부회장의 자녀 이소혜·이호준 씨가 각각 2.83%를 가지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이미 한 차례 자금 역할을 한 바가 있다. 지난해 이선호와 이경후 경영리더는 각가 17.97%와 6.91%였던 지분 중 일부를 사모펀드 글랜우드PE가 설립한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에 넘겼고, 이 과정에서 이선호 경영리더는 1018억4600만원, 이경후 경영리더는 391억5600여만원을 받았다.

당시 한주당 약 16만9500원의 가치로 인정 받았음을 감안하면 현재 남아 있는 이선호와 이경후 경영리더의 CJ올리브영 지분가치는 2026억원과 773억원에 이른다.

CJ올리브영 매출 추이. / 그래픽=김성화 기자
CJ올리브영 매출 추이. / 그래픽=김성화 기자

실적으로만 보자면 올해 상반기가 상장에 적절한 시점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2조1191억원 매출액을 올리며 전년보다 13%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가 증가한 1378억원을 기록했다.

여기다 올해 1분기도 5823억원 매출액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27% 수준을 기록해 준수한 실적을 이어갔다.

다만 최대 4조원으로 예상되는 상장 후 몸값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실적만으로 만회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실적이 좋다 보니 현재 주가를 주당매출액(매출/주식수)으로 나눈 PSR(Price Sales Ratio, 주가매출비율)로는 기업가치가 4조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로는 2조원 내외로 여겨진다. 이선호와 이경후 경영리더가 지분을 매각한 16만9500원 적용시 현재 CJ올리브영 가치는 1조8000여억원이 나온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356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약 3000억원이던 주식발행초과금을 4331억원까지 늘렸고 여기에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한 수익까지 더해 총자본이 1년 새 2500억원 가량 늘었다.

다만 1조3000여억원 자산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994억원, 유형자산은 849억원으로 최대 4조원까지 기대하는 기업가치에 비해 자산 내역은 취약하다. 또 매년 감가상각되는 사용권 자산이 약 4000억원으로 비중이 크며 재고자산도 1840억원에 이른다.

CJ그룹 홈페이지 캡쳐. / 캡쳐=김성화 기자
CJ그룹 홈페이지 캡쳐. / 캡쳐=김성화 기자

올리브영은 수익성을 올리고자 헬스앤뷰티(H&B) 스토어를 넘어 옴니채널(온오프라인 통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화를 내세우고 있다. H&B 시장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반영했다.

이와 맞물려 생각해볼 게 중국 법인이다. CJ올리브영은 CJ Olive Young (Shanghai) Corporation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상하이 법인은 지난해 매출 248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 7억원이며 자본잠식 상태다. CJ그룹은 2018년 말 2개, 2019년 3개 매장을 폐점한데 이어 2020년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서 철수했다. CJ올리브영은 중국법인 사업을 디지털사업으로 전환하며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총매출액은 2020년의 3400억위안(한화 약 65조원)에서 2021년의 4026억위안(한화 약 77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4% 증가했다. 이중 화장품 수입액은 약 4조원, 지역별로는 상하이시가 약 1조50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또 2021년 국내 H&B 스토어 시장 규모는 1조5599억원으로 2019년 2조440억원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다. 올해는 코로나19 완화 영향으로 7% 상승한 1조6758억원을 예상하지만 성장세가 멈췄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화를 내세우지만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출혈경쟁을 지속할 정도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CJ올리브영이 추가적인 수익성을 바라본다면 중국 시장이 해답으로 보인다. 디지털 강화라는 측면에서 중국 법인 사업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다만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이 럭셔리 수입 브랜드 비중이 늘어가고 있으며 중저가 제품은 현지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어 면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왼쪽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경후 CJ ENM 부사장. / 사진=CJ그룹
(왼쪽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경후 CJ ENM 부사장. / 사진=CJ그룹

경영승계작업과 연관 짓는다면 당장 성과를 내야할 건 아니다. 지난해 CJ올리브영 지분 매각을 통해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가 보유한 CJ우선주에 대한 증여세를 마련했으며, 해당 우선주가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되기에 앞으로 6~7년은 더 준비할 시간이 있다.

또 상장이 아니더라도 앞선 경우처럼 남은 지분을 다시 매각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CJ㈜가 보유한 자사주와 교환하는 방법도 있다. FnGuide에 따르면 CJ㈜는 자사주를 7% 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는 올해 초 CJ㈜ 보통주를 2019년 말 이후 2년 만에 매입해 추가적인 지분 확보도 가능성이 높다.

시기적으로 아직 30대 초반인 이선호 경영리더는 경영수업을 더 받을 필요도 있다. CJ그룹은 최근 '2023 중기비전'을 통해 1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선호 경영리더가 몸 담고 있는 CJ제일제당의 기존 건강기능식품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차세대 치료제 중심 레드바이오 확장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뉴스워치>와의 전화통화에서 "연내 상장을 목표로 준비한만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며 "기존 계획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며 증시 상황을 고려할 수 있지만 목표한데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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