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포켓몬(ケットモン)이 뭐라고”, “도대체 포켓몬이 어디가 좋은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동네 편의점 입구에 16년 만에 돌아온 SPC삼립의 ‘포켓몬 빵은 입고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고, 대형마트에서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띠부띠부씰’(띠고 부치고 띠고 부치는 씰)이 들어있는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 엄마들이 ‘오픈런’을 하고 있습니다. 포켓몬의 인기에 편승하여 삼성전자는 닌텐도와 손을 잡고 ‘갤럭시Z 폴립3 포켓몬 에디션’, ‘스파오’는 ‘스파오X 포켓몬’ 티셔츠 5종을 출시하여 연일 완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외  LG생활건강, 이랜드월드 등 다른 소비재 기업들 역시 포켓몬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피카츄 공식 홈페이지 중에서
피카츄 공식 홈페이지 중에서

포켓몬 게임은 1996년 2월 27일, 닌텐도(任天堂,にんてんどう)가 자사 휴대용 소형 게임기 콘텐츠로 첫선을 보인 이내 26년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소프트를 개발한 닌텐도는 교토에 근거지를 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게임완구회사로 1889년에 창업한 회사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화투(花札)를 지금 우리가 즐기는 형태로 처음 판매한 회사이기도 하죠.

출시 당시에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 소프트로 인기를 누렸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9년의 미국 전역에 공개된 <포켓몬 더 퍼스트 무비>는 미국 애니메이션 흥행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인기몰이를 하면서 그해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포켓몬스터를 뽑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포켓몬스터(ケットモンスタ‽)」 게임은 시들해졌습니다. 그런데 2016년, 가상현실(VR)이 아닌 증강현실(AR) 기반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로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거죠.

포켓몬스터(ポケットモンスタ‽) 게임은 중생대 공룡 모양의 캐릭터부터 쥐, 거북이, 독수리, 독수리 등을 닮은 913종류의 포켓몬을 잡는 게임입니다. 포켓몬 중에서도 단연 인기 있는 캐릭터는 포켓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사토시(サトシ)와 함께 모험 여행을 하는 ‘피카츄(ピカチュウ)’입니다. 몬스터라는 이름과는 전혀 걸맞지 않은 동그란 눈에 귀여운 얼굴을 한 ‘피카츄(ピカチュー)’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키 40cm에 몸무게 6kg의 노란색 쥐 피카츄와 양 볼(ほっぺ)에 있는 빨간 동그란 문양, 이건 피카츄의 동력으로 사용되는 전기 주머니입니다. ‘피카츄’는 ‘반짝’ 혹은 ‘번쩍’인다는 의미의 「피카(ピカ)」에 쥐의 울음, 찍찍(チューチュー)에 더해져 만든 말인가 했더니, 디자이너는 그냥 붙인 거라고 하네요. 우리가 뭔가 멋진 것을 보았을 때 속어로 “야 정말 삐까뻔쩍하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삐까뻔쩍’의 ‘삐까’에 해당하는 일본어가 ‘피카피카(ピカピカ)’입니다. 피카츄가 왜 노란색인지에 대한 설명은 찾을 길이 없지만, 서양미술에서 빛=태양=노랑으로 표현되는데, 아마도 ‘피카츄’가 ‘피카(번쩍)’하고 빛을 내고 있어서 노란색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하네요.

 ‘피카츄’는 간난 아기의 옹알이처럼 “피카-피카-(ピ〜カ〜!ピ〜カ〜!)”만 외칩니다. 달랑 그 두 마디 밖에는 하지 못하는 ‘피카츄’이지만, 그 두 마디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 표현합니다. 이런 ‘피카츄’를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말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 ‘피카츄’가 ‘피카피카’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히로시마(広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원폭(原爆)이 투하될 때 강력한 빛을 발산하는 섬광이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원폭을 ‘피카’, 혹은 번쩍하는 섬광 후에 쿵(ドン) 하는 소리를 내서 ‘피카동(ピカドン)’이라고 부릅니다. ‘피카츄’에서 원폭의 ‘피카’를 연상하는 것이 저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원폭 투하지의 사람 중 일부는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도 원폭의 ‘피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원폭을 왜 ‘피카’로 불렀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피카츄’는 그저 귀여운 게임 속 캐릭터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원폭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던 사람들에게 ‘피카’는 전기를 모야 악당을 물리치는 귀여운 캐릭터일 수만은 없습니다.

다시는 하늘에서 ‘피카’를 보는 일이 없기를, 원폭을 사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을 ‘피카츄’가 물리쳐 주기를 한번 바래봅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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