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그룹, 이준석 행보 공개 비판… “자기정치 문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서도 내부 주도권 다툼에 불이 붙었다.

여당 내 주도권 쟁탈전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또는 ‘친윤’(친윤석열) 그룹으로 불리우는 일부 인사들이 이준석 대표를 공개 비판하면서 표면화됐다.

친윤 그룹에서는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혁신위원회를 띄우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 등을 두고 비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윤’ 인사인 정진석 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 분당을 당협위원장에 정미경 최고위원이 내정된 것과 관련해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공천혁신을 한다면서 측근인 정미경 최고위원을 분당을에 배치하는 것은 혁신도 정도도 아니고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며 “분당을 같은 최고 승률의 지역은 정치 신진 기예들의 등용문으로 활용하거나 그 지역에 깊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 2024년 총선에서 공천 혁명하겠다.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으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서도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며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 구성 문제에 대해 “혁신위가 발족하려면 인적 구성과 아이템 등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좀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며 “저는 비공개 회의 때 혁신위를 구성할 시기가 아니고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문제와 관련해서는 “방문 시기나 형식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라며 “앞으로 외교안보, 국방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향한 공개 비판 목소리 나오는 이유는?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대선 기간 극심했던 이 대표와 친윤 그룹 간의 갈등이 지방선거가 끝난 후 재점화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 정진석 의원이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차기 당권을 놓고 벌어지는 힘겨루기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원회가 이달 말 회의를 열고 징계 결론을 내릴 경우 이 대표의 거취도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이지만 일각에서는 조기 사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차기 당대표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재선 도전을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겨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선거 때는 이준석 대표의 이슈 주도권이 우리한테 도움이 되니까 그거는 쪽쪽 빨아먹다가 선거 끝나고 나서는 아, 너무 자기만 주목받는 거 아니야, 자기 정치하는 거 아니야 이거는 저는 좀 앞뒤가 안 맞는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장예찬 전 인수위 청년소통TF단장은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정진석 의원의 이준석 대표에 대한 비판 등을 언급한 뒤 “주요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분들이 슬슬 몸풀기에 들어가는 게 국민의힘 상황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건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대선도 이기고 지방선거도 이겼다”며 “(이 대표가)0선이고 30대라서 이룬 업적에 비해서 과소평가를 오히려 당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당내 공개 비판 목소리를 놓고 권력 투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권력다툼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항상 구성원들로부터 비판받는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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