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5년만에 봉하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공동취재]
문재인 전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공동취재]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인사들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총집결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이날 오후 2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옆 생태문화공원 잔디동산에서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를 주제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는 3천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5년 만에 봉하마을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였던 2017년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이해찬·이낙연 전 대표,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 양문석 경남지사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시·도지사 후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여권 인사들도 5·18 기념식에 이어 봉하에 출동, ‘통합’ 이미지 부각 나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상하며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업적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통일부 장관으로 일하던 제가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계속 일하게 되면서 당신을 만나게 된 건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높은 의식 수준을 가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만들어내신 ‘10.4 남북정상선언’의 정신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오늘도 유효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고자 하셨다”며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그들에게 휘둘리기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려고 애쓰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 주제에 무슨 균형자냐, 한미동맹이나 잘 챙기라’는 보수진영의 비난과 비아냥 때문에 곤욕을 치르시기도 했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6위의 군사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국제사회에서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제는 우리나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의 꿈이었던 ‘줏대 있는 외교철학’을 되살려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능히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약소국 의식을 버리고 자국 중심성 있는 외교를 해나갈 수 있게 됐다. 노 대통령님, 기뻐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선 패배 후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물길은 평지에서도 곧게만 흐르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그 꿈을 마저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이끌어주시라”고 말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바랐던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며 “특권과 반칙을 배격하고 원칙과 상식을 기반으로 정의로운 나라, 시민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늘 ‘사즉생’의 자세로 사셨다”며 “진정한 추모의 시작은 노무현이 이루지 못한 꿈이 다시 깨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못다 이룬 꿈이 이 자리에 함께한 시민 여러분 힘으로 완성되길 진정으로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에는 여권 핵심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여권 인사들이 5·18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총출동한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도 대거 참석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 의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정미경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정부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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