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 고리로 쟁점화 시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공동취재]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기업 민영화’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놓고 여야의 공방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이번 공방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이 발단이 되면서 시작됐다.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김 비서실장의 과거 저서를 읽어보면 민영화 전도사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한 뒤 “지금도 기간산업에 대한 인식에 변함이 없나”라고 입장을 물었다.

이에 김 비서실장은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운영권을 민영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한전처럼 경영은 정부가 하되 다만 30∼40%의 지분을 민간에 팔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박 의원의 “지금도 인천공항공사 지분의 40%를 민간에 팔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최근에도 한국전력의 민영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말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기본 방향과 5대 중점 과제’를 발표하며 “한전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한다”고 밝혔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것이 한국전력의 민영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인수위는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한전의 민영화 여부를 논의한 적 없다”며 “한국전력의 독점적 전력 판매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김대기 비서실장의 언급을 고리로 정부가 전기·수도·철도·공항 등을 비롯한 기간산업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할 조짐을 보인다며 쟁점화를 시도했다. 민주당 의원들 다수는 SNS에 ‘민영화 반대’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국힘 “섀도 복싱 선동 즉각 중단하라”, 민주 “공식적으로 민영화 않겠다 약속하라”

이에 국민의힘은 공기업 민영화 추진 주장은 민주당의 허위사실 선동이라고 맞대응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에 대해서도 정부가 민영화 추진 계획이 없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공방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충청권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께서 KTX와 인천국제공항 지분을 민간에 팔자고 주장하셨다”며 “국민적 반발이 드세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말씀했다. 저는 이 말이 일단 도망가자는 말로 들렸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민영화할 계획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까지는 민영화를 발표할 계획이 없는 것 아닌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정말 공공부분 민영화 계획이 없다면 윤석열 대통령께서 인천국제공항 공공부분 전체에 대해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지금 즉시 선언하시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전날 인천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을 만나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영화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 “민영화 의지가 분명하면서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민영화를 안 하겠다고 약속하면 되지 않나”라며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식 석상 발언을 부인하며 저보고 ‘섀도 복싱’을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림자란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서윤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천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민영화에 대한 의혹에 대해 ‘구호정치, 프레임 정치를 했던 연장선상’이라고 왜곡하고 나섰다”며 “민영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 민영화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홍 대변인은 “30~40%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이 민영화가 아니면 무엇인지 묻는다”며 “이명박 정부 때처럼 ‘공기업 선진화’라고 포장하면 논란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면 엄청난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허위·날조에 근거한 선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예전에 민주당은 선거 때 생태탕 같은 걸 그래도 치밀하게 만들어서 했는데 이번 선거는 막 던진다”며 “이재명 (인천 계양을)후보 민영화 선동 말고 제대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공부하러 학교 가시라”고 비판했다.

박민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김대기 비서실장의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 관련 발언을 ‘인천공항 민영화’라며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실재하지도 않은 공기업 민영화를 두고 반대하는, 그야말로 허공에 대고 훅을 날리는 ‘섀도 복싱’에 열중인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들은 그 ‘섀도 복싱’이 그저 정책과 관련 없이 지방선거용 선동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민주당은 허위, 날조에 근거한 공기업 민영화 ‘섀도 복싱’ 선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전기·수도·철도·공항 민영화를 새 정부 들어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 지시를 내린 적도 없고 당분간 그럴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김대기 비서실장의 운영위 발언에 대해서는 “아마 그 발언은 김 실장의 과거 저서를 인용하면서 이야기하다가 나온 것 같다”면서 “현재까지 그런 문제를 검토한 적도 없고 제 계획 안에는 아직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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