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위 ‘송영길·박주민 공천 배제’ 가닥, 송영길 “자해 행위” 반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또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말에는 쇄신안을 발표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때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 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 계양구을이 지역구인 송 전 대표가 최근 서울 송파구로 주소를 옮기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당 내에서는 찬반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에 더해 중앙당 전략공천위원회가 지난 19일 내부 회의를 거쳐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사실상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대한 전략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번 갈등을 당권파와 비당권파, 또는 이재명계와 이낙연계 간의 계파 갈등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전략공천위원회의 공천 배제 결정은 송 전 대표 측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후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외부에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20일 경인방송 라디오에서 “당 대표가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출마를 해선 안 된다는 논리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선 패배 책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사실상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고 반발했다.

송 전 대표는 전날에도 입장문을 내고 “전략공천위의 경선 배제 방침을 전해 들었다”면서 “지방선거를 사실상 포기하고 민주당을 파괴하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며 “확인해 보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재명계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원칙대로 다시 경선을 선언하자”며 “그들(송영길, 박주민)에게 출마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략공천위원장 이원욱 “고심 어린 결정”, 비상대책위의 선택은?

지도부 내에서도 전략공천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날 있었던 전략공천위원회의 결정을 언급한 뒤 “충북은 선거에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실패에 책임있는 분을 공천했다”며 “그런데 서울에서는,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전 당 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 이게 무슨 고무줄 잣대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노영민 후보도 탈락시키던지 그것을 못하겠다면 서울의 공천 신청을 한 예비후보가 모두가 참여하는 공정한 경선을 해야한다”며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서울시장 공천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략공천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요청한다”며 “박 비대위원장께서는 대선 책임, 부동산 책임자의 출마가 부적절하다며 송영길 노영민 두 후보를 이미 공개 비판하신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번 전략공천위의 결정은 박 비대위원장이 지적하였던 명분 없는 출마가 가져올 부작용, 전국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뿐만 아니라, 최근 인천에서 주목되는 지지율 저하, 전략공천위가 실시한 여러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종합한 것”이라며 “경쟁력은 우위가 아니고 부작용만 큰 후보군을 우선 배제한 고심 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전략공천위원회의 공천 배제 결정을 놓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도부는 비대위 회의를 열고 서울시장 후보 공천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전략공천위는 의견을 모아 비대위에 제시할 뿐”이라며 “(비대위는) 오늘(20일) 저녁에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는 “어제 심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비대위원회 회의가 있기 전에 저는 윤리감찰단에 전략공천심사위원회의 결정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해서 징계할 것을 직권 명령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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